5년 만에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 복귀한 북한이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 한국에 연일 적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을 ‘괴뢰’로 표기한 스포츠중계 자막을 내보내고, 한국 선수나 취재진에 날선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대회 여자축구 8강전 남북 대결 결과를 전하면서 자막에 한국을 ‘괴뢰’로 표기했다. 한국을 ‘남조선’으로 표기했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이 경기 당시 기자회견에 나섰던 북한 리유일 감독은 ‘북측’이라는 표현이 언급되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북한 탁구 대표팀은 같은날 대회 여자복식 남북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 나오지도 않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조선 팀’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만 전했다. 대회 규정상 경기가 끝나면 마땅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9일 여자농구 남북 대결 직후에는 기자회견에 배석한 북한 관계자가 ‘북한’이라는 표현을 듣고는 발끈했다. 그는 영어로 “우리는 노스 코리아(North Korea)가 아니다. DPR 코리아(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불러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식 국가명을 사용하는 국제대회 관행을 지켜달라는 취지였다.
선수촌에서 생활 중인 한국의 농구선수는 “5년 전 남북 단일팀에서 알게 된 북한 선수들마저 의도적으로 눈을 피한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종목 선수 역시 “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단끼리는 웃고 떠들고 대회를 즐기는 분위기다. 다가가 말을 붙이긴 어렵다”고 했다.
북한은 남북 화해무드였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측’이라는 표현을 큰 불만 없이 수용했었다. 지금은 완전 딴 판이 됐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더욱 한국을 외면하거나 트집을 잡고 있다. 47억명의 아시아인이 우정과 화합을 도모하는 스포츠 축제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 남는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