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모든 것이 창조된 후에 마지막으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람 역시 다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독처(獨處)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하시면서 아담에게 하와를 주셨습니다. 행복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사랑할 때 가능합니다.
현실에서는 사람이 가장 불편한 존재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망칩니다. 행복의 조건인 사람이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고통의 원인이라 해도 여전히 사람에게서 소망을 발견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몬터규 가문과 캐풀릿 가문의 해묵은 원한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악연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악연을 해소한 것도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문의 악연을 끊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것은 거기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사랑이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 됩니다. 사랑이 관건입니다.
저는 예닐곱 살 무렵에 영등포역을 조금 지나면 나오는 경인가도변 주택에 살았습니다. 3층 집이어서 1층은 약국, 2층은 미용실이었습니다.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 누님들이 예뻐해 주셨고 1층에 가면 약국 아저씨가 맛난 것을 주셨습니다. 3층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기억나는 한 가지는 3층 창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토너인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선수가 달리는 것을 본 것입니다.
이때 저는 주로 도로 건너편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놀았습니다. 그 집은 마당이 넓었고 마을에서 거의 유일하게 TV가 있는 부잣집이었고 정비공장이었으므로 늘 자동차가 여러 대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그 댁 아이들과 저를 차에 태우고 시내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그 집 TV를 보느라고 마지막 애국가 방송까지 다 보고서야 집에 오곤 했습니다. 눈치가 없어서 그 댁 식구들이 이불을 깔고 불을 꺼도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에서 열렬한(?) 애청자로 TV를 보고 앉아 있었지요. 그러다 그 집에서 잠을 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댁 아저씨와 제 부친, 그 댁 아주머니와 제 어머니가 동갑이셨고 특히 어머니들끼리는 친자매보다 가까웠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후 아저씨는 별세하고 아주머니는 자녀들과 미국으로 이주하셨는데 어머니와 떨어진 것을 무척 섭섭해하셨습니다. 그랬던 아주머니께서 연세가 아흔이 넘으셔서 한국으로 돌아와 도미 전에 권사로 섬기셨던 영락교회로 복귀하셨습니다. 이미 제 어머니께서 별세하셔서 만나지는 못하셨습니다만 그 대신 제가 목회하는 교회로 오신 것이지요.
아주머니는 작년에 천국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댁 아드님들과 따님, 그리고 우리 가정은 지금도 가까이 교제합니다. 그 댁 아드님들과 손자까지 미국에 들어간 제 딸네 가족이 정착하는 모든 과정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 댁 따님 한 분은 영락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이번 추석 명절에도 만났습니다. 부모님 대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교제가 몇 대째 내려가고 있습니다.
모두 우울한 세상이라고 말합니다만 그래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람 덕에 웃습니다. 만약 세상에서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혼자 남는다면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 때문에 슬프지만 동시에 사람 덕에 행복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사랑으로 기도해야 할 이유입니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