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사의 고령화 문제는 한국선교연구원(원장 홍현철)이 발표한 ‘2022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를 통해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장기선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조사됐는데, 70세 은퇴를 가정하면 60대 이상인 선교사 26.5%(5889명)가 10년 안에 은퇴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1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단과 선교단체, 교회의 대책은 미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은퇴 선교사의 안정적인 재정착 지원을 위한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기침은 지난 19일 113차 총회에서 ‘전국남선교연합회 규약 개정안’ 중 은퇴사역자(목사·선교사 등)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신설하며 이를 위한 ‘은퇴사역자 주거 안정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국민일보는 최근 김동건 GP선교회 대표, 선교사지원단체인 아시안미션 이상준 대표, 김충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신 세계선교회 총무와 함께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좌담회를 열고 한국교회의 과제를 모색했다. 전철영 예장합동 총회 세계선교회 선교사무총장은 서면 인터뷰로 답했다.
-한국교회가 강조한 ‘보내는 선교’에 비해 은퇴 선교사를 섬기는 사역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전철영 선교사무총장=한국교회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매년 1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당시만 해도 선교사 멤버케어나 위기관리 대책, 복지 및 은퇴 대책까지 고려하지 못한 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향후 20년 이내에 전체 선교사의 70% 이상이 은퇴하는데 선교 사역의 지속성과 더불어 은퇴 후 삶의 기본권인 주택과 생활 등 생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김충환 총무=한국교회와 교단들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선교사를 보내는 데 집중했으나 돌아오는 선교사에 관한 관심과 대책은 미흡했다. 선교사 철수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2019년 이후부터 이런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선교사의 고령화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노후위해 은퇴선교사 ‘자신’들이 준비해야 할 사안은.
△이상준 대표=선교사들이 후원금만으론 당장 생계와 사역 유지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재정 적립부터 시작하는 첫걸음을 하루라도 빨리 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 선교사무총장=지금이라도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연금이나 주택청약 가입 등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교단 등 기관에서는 정년 이후 선교 사역을 지속하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한다면 이런 문제를 좀 더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은퇴 선교사의 노후 문제를 위해 교단과 교회, 선교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김동건 대표=선교사 상황이 다르므로 획일적인 제도보다 다양성을 인정한 차원에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 선교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보금자리 및 (최소한의) 생활비 마련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선교단체와 교회·교단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연금 납부 또는 은퇴 적립금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선교사들이 국가의 연금제도 및 주거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도록 개입해야 한다. 아시안미션(AM)은 플랫폼 카카오채널을 통해 은퇴 선교사들의 한국 재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 총무=파송교회와 단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정책의 제도화와 은퇴를 대비한 교육을 꼽고 싶다. 은퇴와 이양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한 시점부터 함께 준비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은퇴 후 사역, 교회 후원 기간, 선교지 사역과 재산의 이양, 은퇴 시 해야 하는 교회 임무와 선교사 책임 등 은퇴를 대비한 규정을 정해야 한다. 선교사는 은퇴 후에도 선교 사명을 다해야 하는데 이제는 현장이 아닌 본국 또는 노후의 거처(현지 선교지)에서 선교적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 은퇴 교육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인생 2막의 선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멤버케어, 지속 가능한 사역 개발 등 은퇴 선교사를 대상으로 한 여러 사역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선교사무총장=선교사들이 은퇴하거나 사역을 지속하는 경우를 가정해 준비해야 한다. 귀국할 경우 수십 년을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역문화 충격을 겪게 된다. 이들이 한국에서 재정착을 잘하도록 돕는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사역을 지속할 때도 은퇴 선교사로서 건강과 전략을 고려한 사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미션 컨설팅을 해야 한다.
△김 대표=은퇴 후 의미 있는 삶과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 교육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들어오는 선교사들을 위해 책 ‘슬기로운 한국생활’을 발간한 적이 있다. 이처럼 ‘슬기로운 은퇴 생활’같은 매뉴얼을 제공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일자리 연계 컨설팅이나 선교 사역을 지속하도록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주민과 유학생 사역을 하는 교회나 단체 등과 연계해 국내 선교 사역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