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심혈을 기울여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향후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꺾인 만큼, 영장 재청구보다는 불구속 기소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27일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원을 비판하면서도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와 관련해 “기각 사유를 검토한 후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월 27일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3월 22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었다.
검찰로서는 백현동 개발사업 및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법원에서 ‘혐의가 소명된다’는 명시적 판단을 받아내지 못한 게 뼈아픈 대목이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대북송금 의혹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이 대표 관여 정황 진술을 추가로 받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 대표 관련 여러 의혹에 얽혀 있는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입을 더욱 굳게 다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기각 결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 관련 ‘이 대표 관여에 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기각 결론에 맞춘 수사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서류에 이 대표 직접 결재가 확인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회유·압박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의 직접 개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 두목이 꼭 칼을 쥐여주고 지시해야 살인 지시인가”라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가장 이득을 얻는 사람은 이 대표”라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는 앞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 과정을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이 대표 측 회유가 있었다고 본다. 검찰은 법원이 정당 대표 신분을 언급하며 증거인멸 염려를 배척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 고려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영장 기각으로 판정승을 얻었지만,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직접 관여 정황을 보강한 뒤,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팀 인원들은 추석 연휴에도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번 영장에 포함된 3개 사건을 기소하면 이미 기소된 대장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합쳐 총 5개 사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대표와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법정에서 ‘2라운드’를 맞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이고, 수원지검은 쌍방울의 ‘쪼개기 후원’ 의혹 수사도 쥐고 있다.
나성원 이형민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