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전에 나선 김우민(22·강원도청)이 스타트대에 올랐다. 긴장된 기색을 보이던 그는 힘차게 박수를 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김우민이 시합 전마다 지키는 ‘루틴’이다. 이 경기에서 김우민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징크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양궁 김우진(31·청주시청)은 음식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경기를 앞두고는 국에 밥을 ‘말아 먹지’ 않고, 점수 0점을 연상시키는 ‘빵’도 피한다. 김우진은 “과거 시합 전에 빵을 먹었다가 0점을 쏜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 최연소 국가대표인 체스 김사랑(11·대한체스연맹)은 중요한 시합에는 항상 빨간색 바지 차림이다. 김사랑은 “깊이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골라 준 빨간 바지를 입으면 뭔가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기 당일 아침 아버지가 차려준 소고기뭇국을 먹는다고 했다. 이번 대회 사격 러닝타깃 단체전 2관왕을 기록한 정유진(40·청주시청)도 “검은 속옷을 입고 쏘면 성적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축구 이재익(24·서울이랜드FC)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 바닥에 특히 신경을 쓴다. 이재익은 “경기장 라인을 밟지 않지 않고 들어간 경기에서 졌다면 다음 경기에서는 라인을 밟고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를 고수하는 선수들도 많다. 지난 26일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장우진(28)은 “많은 루틴이 있지만 뭐든지 왼쪽부터 먼저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농구 이승현(31·KCC)도 경기 전 왼쪽부터 신발끈을 묶고, 하키 천은비(31·평택시청)도 시합 1시간 전 샤워를 한 뒤 양말과 신발을 왼쪽부터 신는다고 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