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은행이 돈을 끌어올 때 들이는 ‘원가’ 개념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오름세다. 다른 대출 금리는 내리막인데 주담대 금리만 나 홀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누르기에 집중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주담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데다 코픽스 구성 요소인 정기 예금 금리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권에서 새로 취급된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연 4.31%로 전월(4.28%) 대비 0.03% 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취급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5월(연 4.21%) 이후로 3개월(6~8월) 내내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지난 6월 3.70%에서 7월 3.69%로, 8월 3.66%로 2개월째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담대를 포함한 전체 대출 금리도 지난 6월(연 5.17%) 이후로 7월(5.11%), 8월(5.10%) 연달아 내렸다.
이는 은행권이 주담대 가산 금리를 인상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담대를 비롯한 모든 대출 금리는 코픽스에 가산 금리가 더해져 산출된다. 업무 원가와 리스크 프리미엄, 기대 이익률 등이 반영되는 가산 금리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원인으로 주담대를 꼽고 행정 지도를 시사하자 은행권이 가산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요 조절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코픽스를 끌어올릴 은행 간 수신 경쟁도 본격화했다. 오는 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 예금 규모가 118조원에 이르는데 이를 유치하기 위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1년 만기인 은행권 정기 예금 상품 36개 중 11개가 연 4%대 금리를 제공했다. 연 4.2% 금리를 약속한 정기 예금 상품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무리한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실적 목표치를 채워야 해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정기 예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