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무료급식 이어갈 것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인천 부평역 광장 앞. 80여명의 노숙인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인 ㈔인천내일을여는집(대표 이준모 목사)이 마련해준 ‘추석맞이 나눔 잔치’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주최 측은 이들에게 명절 음식이 담긴 도시락부터 송편 라면 달걀 과자 두유 과일 파스 등 20가지 선물이 담긴 가방을 하나씩 전달했다.
이준모 목사는 “노숙인들은 명절 연휴 때 가장 외로움을 느낀다”면서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긴 편이라 주말을 제외하고 무료 급식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산하 기관인 자활 쉼터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에 입소자 20명을 위해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국교회 덕분에 다시 일어서
충남 공주엔 가을색이 완연했다. 고개숙인 벼와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서는 지난 7월 수마가 할퀸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5일 방문한 공주옥천교회(임재경 목사) 앞마당과 사택에는 아직 침수 잔해들이 남아 있었다. 그나마 예배당 내부는 복구돼 있었다. 임재경 목사는 “한국교회와 주변 목회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복구할 수 있었다. 지난 주일에는 수해 이후 처음으로 본당 예배를 드리게 돼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공주옥천교회 예배당 복구는 한국교회가 모은 십시일반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은 이날 교회에 격려금과 노트북 등을 전달했다. 한교봉이 추석을 앞두고 수해를 입은 교회 40곳에 전달한 지원금은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인근 양의문순복음교회(강정희 목사)는 수해로 고추씨를 말릴 건조기와 농작물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강정희 목사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전도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며 “수해 지원 물품을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며 교회를 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교회 지하 1층과 복지관 등이 침수됐던 공주 순복음강남교회(이재원 목사)는 지난 주일에서야 본당복원 예배를 드렸다. 이재원 목사는 “20여명의 교인들과 울면서 예배를 드렸다”며 “우리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의 지원과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10개국 통역, 이주민 연합집회까지
지난 24일 찾은 경기도 안산 온누리M센터(노규석 목사)는 이주민을 위한 추석 연합집회 ‘하비스트’ 준비로 분주했다. 하비스트는 안산M센터를 비롯한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산하 6개 센터에서 예배를 드리는 다국적 신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오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경기도 파주 영산수련원에서 열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다. 2박 3일간 전도 집회의 형태로 진행되는 행사는 몽골 네팔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국 페르시아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참여한다. 10개 언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되는 행사로 글로벌 축제라 해도 손색이 없다. 미니올림픽과 나라별 장기자랑, 소모임, 찬양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2014년 이후 한 번도 모국 러시아에 다녀오지 못한 고려인 유알렉세이 목사는 “명절이 되면 가족들 생각이 간절해진다”며 “고국에서처럼 대가족이 모이진 못하지만 믿음의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 있는 하비스트가 있어서 명절이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 네팔인 리키씨는 하비스트에 15명의 친구들을 초청했다. 그는 “여러 국적과 민족의 사람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는 작은 천국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주 안산 인천=글·사진 유경진 김동규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