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교사 진상조사 발표, 교권 바로 세우는 계기 되길

입력 2023-09-28 04:03
4년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한 동료 교사가 지난 8일 오후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 놓인 추모 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려진 그대로였다. 최근 대전에서 스스로 세상을 떠난 초등 교사는 수년간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몸담고 있는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전시교육청의 사망 교사 사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시교육청은 악성 민원인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교장 등 관리자 징계 절차에 나서기로 했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27일 대전시교육청이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학부모 2명에게서 2019년부터 4년간 총 16차례 악성 민원을 받았다. 친구 뺨을 때린 아이를 혼내고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학교 방문, 전화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심지어 학교폭력위원회에 교사를 가해자로 신고하고, 경찰에 아동학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학교 측에 교사를 자녀의 담임에서 배제해달라고 하거나 자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교사는 교육 활동이 위축되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두 차례 요구했지만 소용 없었다. 뺨을 때린 아이가 피해자가 되고 정당한 훈계를 한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는 동안 학교는 손을 놓고 있었다.

가해 학부모는 교사의 교육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했다. 다시는 교육 현장에 이런 악성 민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극적으로 대응한 학교 관리자에게도 합당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이번 일은 한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전시교육청이 전날 교사 223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70%가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 민원인의 86%는 학부모였고, 교사 59.7%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교육 당국은 악성 민원이 들어왔을 때 교사를 지원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가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