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 염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장심사 쟁점인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염려 정도를 상당히 엄격한 수준까지 요구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800자가량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이 대표의 세 가지 혐의 소명 여부에 각각 다른 판단을 냈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선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관련 자료에 비춰볼 때 이 대표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백현동 사업 의혹에는 “이 대표 지위, 결재 문건,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사업의 경우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거자료가 충분히 확보돼 인멸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북송금 의혹 쟁점인 이 전 부지사 회유·압박 의혹에는 “이 대표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현직 당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유 부장판사는 이를 종합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