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대전 초등 교사, 4년간 16차례 악성 민원 시달렸다

입력 2023-09-28 04:05
4년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한 동료 교사가 지난 8일 오후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 놓인 추모 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 2명으로부터 4년간 16차례나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시교육청은 숨진 교사 A씨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학부모 2명은 수사 의뢰, 전·현 근무지 교장·교감 4명은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A씨의 전·현 근무지 관리자와 동료교사를 대상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 제기 여부,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미개최 여부, 관리자들의 대응 여부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학부모 2명이 국민신문고 7회, 방문 4회, 전화 3회, 아동학대 및 학폭위 신고 각 1회 등 2019부터 2022년까지 총 16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A씨 생활지도에 불만을 품고 “내년에 같은 학년에 배정되는 것이나 담임이 되는 것을 배제해 달라”고 하거나 무리한 사과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9년 11월 말에는 3일 연속으로 5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12월 초에는 동시에 아동학대 신고·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신고 등 짧은 기간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A씨에게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이들은 2020년 10월 아동학대 혐의에 검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뒤에도 인정하지 않고 2021년 4월과 지난해 3월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시교육청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학부모 2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A씨는 당시 교감에게 교보위 개최를 2차례 요청했지만 학교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A씨가 구두로만 요청했을 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교보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별도의 안전조치나 해당 학부모들과 A씨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 역시 없었다.

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보고 전·현 근무지 교장과 교감 4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차원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은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위 관련자에 대해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