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외쳤고 김대중, 이철승 의원이 동참했다. 3명 중 2명이 훗날 대통령이 된 쟁쟁한 40대 기수들에 대한 당 지도부의 첫 반응은 ‘구상유취(입에서 젖비린내 난다)’였다. 이처럼 세대 간 인식 차는 정당 내에서도 쉽게 발견되지만, 정치인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세대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표심이 무서워서다.
이런 금기는 21세기 들어 많이 무너졌다. 발군의 활약을 보인 이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2004년 11월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유 전 이사장은 특강에서 “60세가 넘으면 뇌세포가 많이 죽어 과거와 전혀 다른 인간이 된다. 그때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는 게 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해 총선 때 같은 당 정동영 의장의 “60대 이상은 투표할 필요 없다”는 발언과 함께 대표적인 노인 폄하 사례로 회자된다. 이런 정서는 올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으로 이어지며 ‘민주당 DNA’라는 말이 나왔다.
타깃이 2030 남성으로 이동 중이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2030 남자 유권자들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 니들이 쓰레기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엔 ‘축구와 게임 하느라 여성에 뒤처진다’는 식으로 이들을 묘사했다. 자신이 젊을 때는 노인이, 나이 먹자 젊은 층이 문제라 여기는 듯하다. 지독한 자기중심적 사고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2030 응답은 21.5%로 전 연령대 중 최저다. 남성(35%)과 여성(29%)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문재인정부 실정에 윤 대통령을 뽑은 2030 남성 상당수가 돌아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유 전 이사장 같은 이들에겐 젊은층의 시시비비가 낯설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대한 후회와 사과를 밥 먹듯이 해왔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세대 갈라치기에 대한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