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제한”… 文 정부 ‘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

입력 2023-09-27 04:05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 처벌하도록 한 ‘대북 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지난 정부 시절 법이 공포된 지 약 2년 9개월 만에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26일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미선 정정미 재판관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 특성상,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일으킬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라며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책임주의 원칙 위반의 문제도 있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이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며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현장 출동한 경찰이 ‘대북 전단 금지법’이 아닌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도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표현의 내용에는 아무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으므로 전단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다.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되는 공익이 있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과 그 보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따라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 제한은 철폐됐다”고 설명했다.

대북 전단 금지법은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12월 29일 공포됐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같은 해 4~6월 북한 상공으로 대북 전단 50여만장을 날린 것을 두고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맹비난을 쏟아낸 것이 제정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그해 12월 14일 야당 반대에도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법이 공포된 당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