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 심사대에 세운 검찰과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벼랑 끝 사투를 벌였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의 회유 의혹 등을 중심으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성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에 출석할 때는 침묵했던 이 대표도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는 ‘혼신의 항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이 대표의 영장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선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시작으로 대북송금 의혹, 위증교사 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차례로 이어졌다. 검찰은 심사 시작부터 2시간40분가량을 할애해 이 대표 배임 혐의와 관련해 구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사업 특혜 과정이 적힌 공문서 등 인적·물적 증거를 종합하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권력형 지역토착비리’임이 명백히 입증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 측은 혐의 성립 자체를 부인했다. 이 대표도 심사 과정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 푼의 이익도 취한 게 없다”며 장기간 이어진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선 이 대표의 인지 여부와 증거인멸 우려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고 북한에 보낼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비용 800만 달러를 쌍방울에 대납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과정에서 회유·압박 의혹 등을 근거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돌연 ‘이 대표에게 방북비용 대납을 보고한 적 없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쓴 배경에도 민주당 측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쌍방울에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북한에 전달된 800만 달러는 이 대표와 무관한 쌍방울의 독자적인 대북사업 관련 비용이라는 취지다. 이 전 부지사 등 실무자들이 추진한 세부적인 사업 과정까지 도지사가 보고받진 않는다는 입장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는 9시간 넘게 진행된 구속심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과 관련해)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두 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서 별로 인멸할 증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심사에서 이 대표 건강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원 앞 삼거리에서도 치열한 장외전이 펼쳐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수백명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각자 목소리를 높였다. 영장심사가 열리기 전부터 모인 지지단체들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영장 기각”을 외쳤다. 반대편에선 “사기단식” “증거인멸” 등 맞대응 구호가 이어졌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