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26일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향해 욕설 문자메시지뿐 아니라 살해 협박 글까지 올렸다. 또 이날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압박에도 나섰다.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 대한 협박성 글을 남긴 게시자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 당원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지난 21일 욕설과 함께 김 의원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발견한 한 시민이 다음 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했고,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김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시다”면서 “비난과 공격도 많다. 이 두 가지 목소리가 언젠가는 하나로 모아지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23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명계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라이플(소총)을 준비해야겠다”며 살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도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 오후 해당 글을 작성했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응원을 가장한 욕설 문자를 받았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의원이 개딸로 추정되는 한 지지자와 나눈 문자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이상민님 응원해요/ 개딸은 무시해요/ 새로 창당해도/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야권의 희망이십니다’라는 문자에 이 의원이 “감사합니다”라고 답장한 사진이다.
그러나 이는 각 행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욕설이 되는 문자였다. 이내 전송자가 수박 사진과 함께 “세로로 읽어보세요”라고 조롱하자 이 의원은 “천벌 받을 것이오” “아예 끊어버릴게요”라고 답했다. 이에 “생긴 대로 놀고 있네”라는 문자가 다시 이 의원에게 전해졌다.
이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나 친명(친이재명)계라는 분들이 지금 이런 사태를 빚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의식과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득의만만하고 강성 지지자들을 부추기고 그들에게 편승해 이용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자들이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도 감지됐다. 이 대표의 팬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김민석 의원에 대한 지지 문자를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자는 취지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대표 지지색을 분명히 밝힌 김 의원이 원내대표에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한 작성자는 “우리는 그냥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원한다”고 적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다고 단정해 온갖 문자폭탄을 쏟아내는 건 인민재판이나 홍위병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장군 이동환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