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나라 경제 규모의 2.3배 수준으로 불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가계부채가 매년 4~6%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25.7%로 집계됐다. 전 분기(224.5%) 대비 1.2% 포인트 상승한 역대 최대치다.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101.7%)은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주택 관련 대출 증가 영향으로 직전 분기(101.5%)보다 0.2% 포인트 올랐다. 세계 4위 수준의 가계신용 비율은 선진국(1분기 말 73.4%)과 신흥국(48.4%) 평균을 크게 웃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지난해 국내 주택의 시가총액은 6209조원으로 명목 GDP(2162조원)의 3배 수준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가총액이 명목 GDP의 2배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결국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124.1%)도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와 코로나19 금융지원 등 영향으로 불어났다. 이는 외환위기(113.6%)나 글로벌 금융위기(99.6%) 당시 수준을 이미 크게 뛰어넘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향후 3년간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해마다 4~6% 정도 (가계부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목 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가계와 기업에서 급증한 채무 상환 부담은 소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정책모기지의 공급 속도 조절과 차주(대출자)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부정적이다.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 2분기 43.6으로 1분기(43.3)보다 상승하며 장기평균(39.1)을 훨씬 웃돌았다. 단기 금융 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지난 6월 14.6을 기록한 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