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이재명 수사 2년… 등 돌린 키맨들 진술로 반전

입력 2023-09-27 04:08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공동취재사진

검찰은 지난 정부 때인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확산되자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정권교체 직후인 지난해 5~6월 각 검찰청 지휘부와 수사팀 진용이 새롭게 갖춰졌고, 검찰은 본격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에 칼을 겨눴다. 사방에서 이 대표를 에워싸 들어가는 모양새였다. 1라운드는 대장동·성남FC 의혹이었고, 2라운드는 26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이다.

문재인정부 당시 수사팀은 대장동 의혹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및 대장동 일당이 주도한 배임 사건으로 봤다. 유씨 등에게 적용된 배임액수는 651억여원이었다. 하지만 수사팀 개편 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등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마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키맨’ 역할을 한 유씨는 수사 초기와는 달리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 등을 적극 진술하며 수사 기류를 바꿨다. 그는 지난해 10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등의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지난 1~2월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세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2월 16일 대장동과 성남FC 의혹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 대표는 3월 22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이 대표로 규정했으며, 배임 혐의 규모도 489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검찰은 지난 5월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를 구속 기소하는 등 후속 수사도 본궤도에 올렸다. 30년 가까이 이 대표와 관계를 유지한 김씨는 성남시의 ‘비선실세’로 통했다. 정 전 실장이 성남시 실무진에게 “인섭이 형의 백현동 사업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있다. 검찰은 “김씨가 정 전 실장에게 민간업자 청탁을 전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자백했다”고 이 대표 영장에 적었다.

이 대표 혐의의 또 다른 축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도주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 1월 귀국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생면부지의 얼굴도 모르는 조폭”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전화통화했으며, 대북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가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진술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