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크리스천’ ‘외로운 크리스천’ 주목하라

입력 2023-09-27 03:03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트렌드 2024’ 출판기념회에서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개인 신앙 성장을 위해 기독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구독 후 평소 관심 있던 설교나 성경공부 영상을 시청한다. 스마트폰에 중보기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알람이 울릴 때마다 기도하고 자신의 기도문도 교인들과 공유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가 ‘OTT 크리스천’으로 정의한 이 같은 현상은 내년 한국교회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등장한 OTT 크리스천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 맞춤형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기독교인’을 뜻한다.

목데연은 최근 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4’(규장)에서 OTT 크리스천을 비롯한 한국교회 트렌드 키워드(그래픽) 10가지를 공개했다. 책에는 신학자와 언론인, 목회자와 사회학자 등 전문가 10명이 최신 설문조사를 분석해 도출한 트렌드와 대안이 담겼다. 전국 목회자와 성인 및 청소년 성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목데연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내년 한국교회 트렌드 분석에서 목데연이 가장 먼저 짚은 것은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 지형도다.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이전 대비 현장예배가 복구됐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85%에 그쳤다. 지용근 대표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예배 제한이 사라진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현장예배 회복률이 85%라는 건 교인 15%가 증발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목데연이 ‘한국교회 트렌드 2023’에서 제시한 ‘플로팅 크리스천’(Floating Christian·교회를 떠도는 기독교인) 현상이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지 대표는 “전국 교회 주요 사역 회복도는 60~70% 선에 그쳤고 30명 이하 소형교회가 지난 10년간 82% 증가하는 등 교계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에 대응할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 여러 전문가와 이번 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고립 가구와 고독사가 만연한 우리 사회 속 ‘외로운 크리스천’도 주요 트렌드다. 개신교인 절반 가까이인 46.2%가 목데연의 최근 조사에서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시대에 ‘교회 거버넌스’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거버넌스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말한다. 트렌드 분석에서는 권위주의적 교회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고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함을 역설한다.

한국교회 수축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 리빌딩’, 직장과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신앙의 침체 속에 있는 세대를 분석한 ‘약한 고리 3040’, 소그룹을 다룬 ‘처치 인 처치’, 밈세대로 불리는 청소년 세대를 조명한 ‘밈 제너레이션’, 설문조사를 통해 이단 문제에 실제적으로 접근한 ‘인에비터블 컬트’, 부교역자들의 사역 기피 현상을 다룬 ‘어시스턴트 포비아’, 성도들이 자신의 삶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내는 ‘다시 선교적 교회’ 등도 내년 한국교회 트렌드로 소개됐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