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발 승전보가 연일 한국 수영에 날아들고 있다. 황선우(20·강원도청)를 필두로 한 젊은 피들이 주역이다. 15명의 대표팀 남자 선수 중 12명이 2000년대생이다. 가장 나이 많은 이주호(28·서귀포시청)도 아직 20대다.
중국을 꺾은 800m 계영 레이스는 황금 세대의 대관식이었다. 양재훈(25·강원도청)이 초석을 다졌고 22세 동갑내기 이호준(대구시청)·김우민(강원도청)이 뒤집었다. 마지막 영자 황선우는 굳게 지켰다.
넷은 저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황선우의 트레이드마크는 양팔 박자를 달리하는 로핑(loping) 영법이다. 장거리 영자 김우민은 빼어난 폐활량이 최대 무기다. 전동현 대표팀 코치는 26일 국민일보에 “우민이는 선천적으로 지구력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훈련 때 모습은 물론, 지난해 받은 유전자 검사에서도 남다른 결과를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어려서부터 ‘제2의 박태환’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호준은 상대적으로 팔이 길지 않다. 남들보다 빠르고 잦은 스트로크로 약점을 극복했다. 신장이 190㎝에 이르는 양재훈에겐 영법 수정이 주효했다. 종전엔 팔을 완전히 뻗어 돌린 탓에 체력 소모가 컸는데, 올해 초 대표팀에 합류한 뒤 팔을 굽혀 스트로크하는 새 방식을 이식했다.
이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됐다. 2021년 힘을 합쳐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던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은 이후 2년여에 걸쳐 함께 전지훈련을 다니며 ‘원 팀’으로 거듭났다. 전날 예선에서 활약한 이유연 김건우도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마지막 퍼즐은 올해 초 승선한 양재훈이었다.
그간 불모지였던 자유형 50m에서도 젊은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유찬(21·대구시청)이었다. 광주체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종 24위로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다만 기록 자체는 훌륭했다. 당시 한국 기록이었던 22초16에 불과 0.01초 뒤졌다.
코치진이 꼽는 그의 최대 강점은 탄력이다. 176㎝로 경쟁자들보다 작은 신장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출발이 중요한 50m 종목에선 더 그렇다. 전 코치는 “도약하는 힘이 워낙 좋다”며 “농구 림을 잡을 정도”라고 전했다. 지유찬에 밀려 은메달을 딴 호 이안 옌터우(홍콩)의 키는 188㎝, 동메달리스트 판잔러(중국)는 189㎝다.
낭보는 26일에도 이어졌다. 황선우와 이주호에 최동열(24·강원도청), 김영범(17·강원체고)이 가세한 남자 400m 혼계영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은메달을 수확했다. 전날 계영 금메달을 이끈 김우민도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