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을 맞아 본격적인 사역의 불씨를 댕긴 올해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는 ‘일보 전진’이라고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독교 퇴보와 인구절벽, 다민족 사회 등 한국교회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데도 교단 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일부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이단성’ ‘경계’라는 이름으로 낙인찍는 행태가 올해도 이어지는 등 구태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안전한 교회 만들기를 위한 일부 교단의 시도는 교회의 희망을 보여줬다.
초교파 연합기도회가 ‘경계’ 대상?
“일부 강사의 간증이나 찬양을 봤을 때 개혁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고신 교회와 성도들이 경계할 점이 있다.” 지난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이 73회 정기총회에서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가 올린 ‘다니엘기도회를 당분간 경계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채택하며 지적한 내용이다. 고신 이대위는 (다니엘기도회가) 기도운동을 통한 교회 연합이란 유익을 끼치는 점을 고려했음에도 일부 강사의 간증을 들며 제동을 걸었다.
다니엘기도회는 한국교회에서 펼쳐지는 초교파 기도회의 대표주자로 통한다. 26년째 국내외 1만5000여개 교회, 40만여명 성도들이 참여한 집회다. 고신은 지난해 총회에서도 다니엘기도회의 신학적 적정성을 꼬투리잡기도 했다.
이 같은 고신 측 결의를 두고 무리한 지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교단 기관에서 사역하는 A목사는 25일 “다니엘기도회처럼 한국교회 연합까지 이끄는 결집력 강한 기도회는 경험하지 못했다. 작은 교회들이 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은혜받을 수 있는 기도회”라고 말했다.
또 고신총회는 내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주의 선교대회 ‘제4차 로잔대회’를 두고 내년 3월까지 신학적 연구를 한 뒤 로잔대회 참여에 대한 교단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20여년간 선교단체에 몸담고 있는 B대표는 “세계적인 복음주의 대회로 권위 있는 로잔대회를 두고 한 교단이 신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세상과 동떨어진 편협된 사고의 결과물이 아닌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다음세대 사역을 활발하게 펼치는 사역단체 브리지임팩트사역원에 대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권고했다. 이에 대해 브리지임팩트사역원 전 대표 고은식 목사는 “2017년에 있었던 인천 모 교회의 그루밍 사건을 파헤친 단체를 낙인찍기 위한 보복성 조치”라며 “저희 부부가 속한 예장 통합 노회를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발등의 불’ 신학대 구조조정은
차세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 문제를 둘러싼 교단 간 움직임은 온도 차가 심하다. 학생 수가 줄면서 구조조정과 혁신이 급선무인데도 지지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산하 7개 신학대학교의 구조조정 등 특별한 방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이사 파송 문제로 장기간 논란을 빚은 신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대들이 학교 정상화를 외쳤지만 구체적인 묘책을 찾지 못했다. 기침은 올해 73회 총회에서 지난해 김병철 전 침신대 이사장의 금품선거 의혹으로 꾸려진 ‘침신대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부결시켰다. 일부 대의원은 “침신대 문제의 본질은 부정청탁 의혹”이라고 반발하며 학교 정상화를 피력했다. 지난 3월 총장에 취임한 피영민 침신대 총장 인준 과정에 제동을 걸었으나 피 총장 인준이 통과됐다.
예장고신은 ‘고신대 헌금 협조 청원의 건’을 근소하게 통과시켜 교단 소속 교회들의 결산액 1%를 지원하는 데 결의했다. 예장합동은 108회 총회에서 총신대에 매년 10억원의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하는 종합 지원대책을 허락했다.
안전한 교회 만들기 결의
예장합동은 주요 교단 중 처음으로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지침서’를 채택했다. 기침도 총회와 산하기관 모두 임직원의 성범죄 이력 조회를 요청하도록 개정한 총회 규약을 결의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교단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등의 활동을 담당하는 성폭력대책의원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예장합동은 자살 유족을 돕기 위한 예식 시행뿐 아니라 자살예방 및 자살자 유족 돌봄 활동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김아영 장창일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