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최윤종, 첫 재판서 삐딱한 자세로 방청객 둘러봐

입력 2023-09-26 04:06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최윤종(30)이 법정에서 “(피해자를) 기절만 시키려고 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25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최씨는 삐딱한 자세로 방청석을 둘러보거나 입을 삐쭉 내미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돌발행동이 우려된다는 교도관 의견에 따라 그는 수갑을 찬 채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가 수갑에 관한 의견을 묻자 최씨는 “이거요? 없으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하면 좋은 거예요?”라고 되묻더니 “그냥 안 할게요”라고 했다.

최씨는 “(공소사실이) 전체적으로는 맞는데 세부적으로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해할 마음은 없었는데 (피해자가) 저항을 심하게 해서 일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저항이 심한 피해자를 기절시킬 의도만 있었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그러려고 했는데 피해가 커졌다”고 답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살려 주세요’라고 소리치며 예상 밖으로 강하게 저항하자 확실히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범행 고의성을 강조했다. 또 최씨가 너클로 몇 차례 가격한 뒤에도 피해자가 의식을 잃지 않고 저항하자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고 말하는 등 잔혹하게 범행을 저지른 정황도 공개했다.

검찰은 은둔형 외톨이였던 최씨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과거 성범죄 기사를 보고 모방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성인물을 보면서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됐고, 가족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불특정 여성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피해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틀 뒤 숨졌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