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 시달리는 2040 “성경 말씀이 주는 영적 터치 갈급”

입력 2023-09-26 03:00 수정 2023-09-26 10:05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실시한 심층 인터뷰 기반 질적조사에서는 ‘2040 크리스천’이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회, 예배와 설교가 중심이 되는 교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남성이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교회의 허리’ 2040 크리스천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취업난과 재정적 어려움,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교회의 신뢰도 추락을 마주하면서 불안함의 일상화가 익숙한 부류였다. 동시에 그들은 성경을 중심으로 한 예배와 설교, 성경공부 등에 목말라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적으로 치우친 교회도 피곤해했다. 불안하고 지친 마음과 영혼을 위로해줄 ‘영적 터치’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이 같은 진단과 분석은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공동대표 이규현 주승중 유관재 목사) 부설 코디연구소가 2023 국민미션포럼을 앞두고 ‘2040 다음세대 희망터치’를 주제로 실시한 질적 조사에서 도출된 내용이다. 직장인과 선교단체 간사, 대학교수 등 크리스천 신앙인(목회자 포함) 9명의 심층 인터뷰에 기반한 조사는 교계 최초로 시도된 기법이다.

질적 조사는 신국원(총신대 신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선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선교학) 교수, 조성돈(목회사회학) 정재영(종교사회학)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참여했다. 조사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선교단체에서 사역하는 박민희(가명·35)씨는 “성경을 모르는 청년이 너무 많은데 이들에게 기도하라거나 헌신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청년들이 봉사나 선교에 열심히 참여한다고 해서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에게 성경 말씀이 잘 전달되느냐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크리스천도 복음의 본질이 담긴 성경을 제대로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의 교회에 다니는 이인성(가명·28)씨도 “교회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너무 관심을 두다 보니 말씀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구제와 선한 사회 활동을 통해 교회가 더욱 매력적인 종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교회란 모름지기 설교와 성경공부 등 말씀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중심은 예배와 설교”라며 교회의 본질 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이어 교계 전반에 퍼져 있는 이념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20대 크리스천 청년에게도 커다란 걱정거리였다. 이씨는 “교인끼리만 너무 요란한 교회도 피곤하지만 교회 모임을 마치 논문 비평하는 것처럼 만드는 진보적인 교회도 매력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교회 전도전략에 대한 ‘새판짜기’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용인 소재 교회에 출석하는 김정은(가명·26)씨는 “전도 대상자를 (당장 교인으로) 바꾸려 하거나 심판을 앞세워 겁주는 방식의 오래된 방식의 전도는 거부감이 크다”면서 “자신의 삶을 통해 신앙을 실천하는 분들의 전도가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고 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선일 교수는 25일 “이번 조사 결과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공적인 품위를 지닐 때 2040세대에 어필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요즘 기독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비종교적이고 기독교에 비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인간적 가치와 상식에 구속되지 않지만 그 신앙을 표현하는 교회의 태도는 온유와 사랑으로 채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다음 달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2023 국민미션포럼’에서 2040 크리스천 등 다음세대를 깊이 들여다본다. ‘희망터치: 챗GPT와 다음세대’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는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와 조성실(소망교회) 이기용(신길교회) 목사, 김선일 교수가 각각 ‘챗GPT 시대 기독교 영성’ ‘챗GPT와 목회적 도전’ ‘챗GPT 시대, 다음세대 목회방안’ ‘한국교회 다음세대 희망은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발제한다.

장창일 양민경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