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오늘부터 의무화… 정부, 설치 현황도 파악 못해

입력 2023-09-25 04:04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한 개정 의료법이 25일부터 시행된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쳤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CCTV 설치현황 파악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 당분간 논란과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25일부터 전신마취나 수면 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촬영 영상을 최소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복지부의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을 보면 응급 수술을 시행하거나 위험도 큰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등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 정당한 이유 없이 촬영을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CCTV 의무화는 2021년 9월 의료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개정 의료법이 공포된 이후 약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환자단체, 의료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CCTV 가이드라인은 지난달에서야 확정됐다. 전국 의료기관 CCTV 설치 현황 파악도 완료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절차 등으로 CCTV 설치 현황 자료를 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완료 시점에 대해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미흡한 준비 탓에 환자 권리가 보호받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기까지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CCTV 설치·운영 관련 사전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지난달에 나왔고 의료계에서도 막판에 CCTV를 설치하다 보니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최소 30일 이상으로 정해진 영상 보관 기간이 너무 짧고, 촬영거부 사유도 지나치게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CCTV 설치 의무화에 싸늘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CCTV 설치가 개인정보 유출,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지난 5일 해당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현장에서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