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10명 중 6명 “목사·장로 정년 연장에 반대”

입력 2023-09-25 03:02
목사·장로 총회대의원(총대)은 교단을 대표하는 동시에 교회와 총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연결고리다. 국민일보는 주요 교단 총회 기간이었던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서울·대전·충남 천안·강원도 평창·경북 문경 등 총회 현장에서 목사·장로 총대 112명을 대상으로 교계 이슈를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동참 교단은 예장합동과 통합·백석·고신·합신·백석대신·한국기독교장로회·기독교한국침례회 8개 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총대들의 인식을 들여다보면서 올해 교단 총회를 상·하에 걸쳐 정리한다.

예장통합 소속 한 총대가 지난 20일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린 제108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주요 교단을 대표하는 총대들은 교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목사·장로 정년 연장’에는 대체로 반대(약 59%)했다. 반면 ‘목회자 이중직’에는 10명 가운데 7명 정도(약 6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의 시급한 과제로는 교회의 본질·공공성 회복을 많이 꼽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목사·장로의 정년 연장에 대해 찬성(찬성+매우 찬성)하는 총대는 30.3%에 불과했다. 반면 ‘반대(반대+매우 반대)’하는 이들은 58.9%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8%였다.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세대를 위해 길을 열어줘야 한다’(33.3%) ‘현재 정년도 충분하다’(24.2%)는 응답이 많았다. 예장통합 교단 소속 A목사는 “지금도 목회자 수가 많고 후배들도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다. 사회 정년은 70세보다 현저히 낮은데 굳이 늘릴 필요는 없다”고 정년연장 반대 입장을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능력이 떨어진다”(예장합동 B장로) “(목회를) 너무 오래 하면 권력이 된다”(기장 C목사)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향후 목회자 숫자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년 연장을 찬성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예장합동 D목사는 “고령층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성경엔 은퇴라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서는 68.7%가 찬성(매우 찬성+찬성)했다. 이유로는 “교회가 사례비를 주기 어렵다”(38.9%) “이중직은 선교적 교회로 가는 방안”(28.5%)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예장합신 소속 E목사는 “많은 교회가 목회자 생활비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이중직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했다. “교인들의 삶을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다”(기장 F장로)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목회를 위한 이중직도 가능하다”(예장백석 I목사)는 의견도 나왔다.

이중직에 반대하는 응답(27.6%) 중에는 “목회자는 목회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61.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예장합동 소속 J목사는 “목회자는 굶어야 기도한다. 바깥에서 돈 벌 시간에 전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 회복에 대해서는 기존 성도의 ‘70~80%가 회복됐다’(33.0%)고 답했다. ‘90~100%가 회복됐다’(25%)는 응답은 제법 있었다. 예배 회복을 위해 예장합신 소속 K목사는 “잃은 양을 찾기 위한 심방 사역을 많이 했다”고 말했고, 예장통합의 L목사는 “매월 마지막 주를 온가족 참여예배로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대들은 다음세대 부흥을 위해 ‘시설과 프로그램 등에 과감한 투자’(33.9%)를 하고 ‘다음세대 관심사에 집중’(14.2%)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교회의 선결 과제로는 ‘본질(공공성 회복)’(44.6%) ‘대사회 신뢰도 회복’(27.6%) ‘다음세대 양육’(11.6%)을 꼽았다.

박용미 이현성 조승현 김동규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