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36)는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길어진 추석 연휴가 반갑지 않다. 지난 1월 설날 연휴에 윗집의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윗집에는 60대 부부가 사는데 명절이면 자녀와 손녀가 찾아와 이전에 없던 발소리가 크게 들린다. 부부는 설 연휴 전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연휴 기간 소음을 견디는 건 쉽지 않았다. A씨는 “추석 연휴에는 아예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평상시에는 괜찮고 명절에만 유독 소음이 발생하는 거라 불만을 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층간소음 민원은 증가 추세다. 27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민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소음 민원은 2만1654건으로 2019년 연간 접수량(2만6257건)에 육박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이 활발했던 2020년(4만2250건)과 2021년(4만6596건) 민원 접수가 급증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만은 민원 접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1월 30일~2월 2일)에 층간소음 관련 112 신고 건수는 일평균 210건으로 평소(117건)보다 79.5%나 많았다.
층간소음 문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8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 올해 1월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2014년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을 정한 이후 9년 만에 관련 기준이 강화됐다.
법적으로 층간소음은 직접충격소음과 공기전달소음으로 나뉜다. 직접충격소음은 뛰거나 걷는 동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다. 공기전달소음은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이다. 다만 급·배수로 인한 소음, 코골이, 개 짖는 소리 등은 층간소음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정 규칙에는 층간소음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접충격소음 기준을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에는 43㏈에서 39㏈로,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에는 38㏈에서 34㏈로 강화했다. 이 수치 이상 소음이 발생하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어른의 발뒤꿈치 소리와 아이들 뛰는 소리는 각각 40㏈, 50㏈가량인 만큼 기준이 상향된 것이다.
층간소음에 취약한 노후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2005년 6월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의 경우 기존 층간소음에 5㏈을 추가로 허용해 48㏈부터 층간소음으로 인정했다. 올해는 44㏈의 소음부터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2025년부터는 41㏈ 이상의 소음을 층간소음으로 판단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반가워 과한 소음을 냈다가는 이웃에게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층간소음 가해자는 경범죄처벌법(인근소란 혐의)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