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어제 만료됐으나 후임 대법원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당초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 본회의 표결을 지난 21일 실시하기로 했다가 25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25일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26일 후임 원내대표를 뽑은 뒤 본회의 일정을 협의한다고 한다. 다음 본회의 일정은 11월 9일이다. 국회가 그 전에 본회의를 열지 않으면 대법원장 자리는 한 달 보름 넘게 공석이 된다. 국회 임명 동의 절차와 관련해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는 건 1988년 정기승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이다.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을 맡기로 했지만 사법 파행은 불가피하다.
당장 재판 지연이 발생한다. 대법원장이 없으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다.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사건은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야 하며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게 돼 있다. 판례 변경이나 중요 사건의 경우에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주재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도,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한 것도 김 대법원장의 전원합의체가 결정했다.
대법원장의 공석이 장기화되면 새로 임명될 대법관 제청에도 문제가 생긴다. 안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 1일자로 만료되는데 대법원장 공백이 11월을 넘기면 사법부 구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 등 도덕성 시비가 제기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들의 도덕성 시비를 감안하면 절대 불가 사유는 아니다. 물러난 김 대법원장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이력과 춘천지법원장 시절 잦은 부부 동반 해외여행 등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국회 인준을 통과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불법건축물로 임대소득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지만 국회 인준을 얻었다.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