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관절염은 ‘골수 줄기세포 치료’ 새 기회

입력 2023-09-26 04:07
골반 부위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모습. 연세사랑병원 제공

얼마 전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70대 여성 A씨는 양쪽의 관절염 진행 속도가 다르다는 의사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오른쪽은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지만, 왼쪽은 아직 인공관절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의사 권고에 따라 왼쪽에는 최근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골수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로 했다. 줄기세포로 연골을 강화해 관절염 진행을 막고 인공관절수술 시기를 최대한 미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수술하지 않고 한쪽이라도 내 무릎을 지킬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초기(1기)에는 보통 주사와 약물,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면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연골이 모두 닳은 말기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끼워넣어야 한다.

관절염 진행 단계 상 중기(2·3기)에 해당되는 이들에게 근래 주목받는 방법이 골수 줄기세포 치료다. 관절염에 시달리는 고향 부모님의 무릎 상태에 따라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셈이다.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로, 자기와 똑같은 세포를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원래 무릎 연골에는 줄기세포가 없기 때문에 손상돼도 자연 재생 및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던 연골이 주입된 줄기세포를 통해 재생되고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지난 7월 해당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했다.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2012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바 있다. 당시엔 15세 이상 50세 이하, 연골 손상 크기 2~10㎠ 환자에게 효과를 인정했으나, 이번에는 연령 제한 없이 적용 가능하다고 고시됐다.

치료는 골반 위쪽(장골능)에서 골수를 뽑은 뒤 원심분리기로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해 무릎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한쪽 무릎 치료 시 보통 50~60㏄의 골수를 채취해 분리·농축 단계를 거쳐 추출된 4㏄ 정도를 투여한다.

수면 마취 후 모든 과정이 1시간 안에 진행돼 치료 후 곧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쓰기 때문에 거부반응 등 위험이 덜하다. 1회 주사로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며 1년 6개월~2년 주기로 2~3번 치료가 권고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25일 “기존 무릎 줄기세포 치료제(카티스템)는 약간 절개하고 관절 내시경을 삽입해 병변 부위에 바르는 방식이고 3~6주 정도 체중을 제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절개 없이 비교적 간단한 주사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부터 50여명의 환자에게 해당 치료를 적용한 결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