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여야가 모두 중국 SNS 틱톡 제재에 의견일치를 보이는 가운데 틱톡 대주주의 후원을 받는 일부 공화당 의원이 제재 반대를 공개 표명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틱톡은 서비스를 통해 중국 정부의 불법 도청, 비밀 정보 수집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뒤 대부분의 미국 공공기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며 “그동안 우군을 구하지 못하던 틱톡이 제프 야스(65)라는 카지노계 거물을 통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 내분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뉴욕 퀸스 출신인 야스는 포커 배당률 조작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로, 틱톡 규제 반대여론을 주도하는 로비단체 ‘성장을 위한 클럽’의 최고액 기부자다.
그가 이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자신과 자신이 공동창립한 사모투자회사 SIG를 통해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주식을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야스가 2012년부터 모은 바이트댄스 지분은 무려 7%나 되며 SIG 지분까지 합치면 15%에 이른다.
경제전문 매체인 블룸버그의 추산에 따르면 야스의 순자산은 28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재산의 상당 부분이 바이트댄스 주식 지분인 만큼 틱톡 사용이 전면금지될 경우 그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는 셈이다.
WSJ는 “아직은 소수지만 틱톡 전면금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공화당 인사들은 야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공화당 내 대표적인 극우 보수인사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과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주) 등을 꼽았다.
폴 의원은 얼마 전부터 “공무원이 아닌 미국인은 어떤 SNS를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틱톡 전면금지는 미국인의 이 같은 자유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리는 개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부터 야스와 그의 부인에게서 무려 2400만 달러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후원받았다.
거액을 후원받은 매시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전면금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플로리다주)과 해리엇 헤이그먼 하원의원(와이오밍), 배리 무어 하원의원(앨라배마) 등도 성장을 위한 클럽에서 후원금을 받았으며, 이들은 모두 틱톡 규제에 반대 의견을 드러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 이 같은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얼마 전까지 틱톡 경영진까지 의회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할 정도로 단결됐던 의회의 틱톡 전면금지 추진은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가 틱톡 규제 강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명확히 법으로 제정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행정명령은 법정에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며 “초당적 움직임을 보이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관련법 제정 움직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