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포럼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심화로 나타나는 실존적 위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며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경험과 철학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권리장전은 국제사회가 함께 미래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5대 원칙을 담은 헌장으로서 디지털 심화 시대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미리 공개한 5대 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 5대 원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같은 포럼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와 규범을 모색해야 한다는 ‘뉴욕 구상’을 발표한 지 1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 석학과 기업인, 미래세대를 만나 새로운 디지털 질서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문화와 산업이 디지털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의 보급과 활용이 미흡한 국가, 디지털 사우스(디지털 신흥·개도국)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함께 지원함으로써 국가 간 공정한 디지털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으로 3000만 달러 규모의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방미 3일차인 20일 하루 동안 11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하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총력 외교전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19일까지 17개국 정상과 회담했고, 22일 귀국 전까지 12개국 정상을 추가로 만날 예정이다. 방미 기간 닷새 동안 총 40개국과 양자회담을 하는 것이다. 지난 5~10일 아세안·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20개국 정상과 회담한 것까지 합하면 9월에만 60개의 양자회담을 소화하는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달 동안 60개의 양자회담과 10개 이상의 다자회담을 치른 대통령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2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각국 정상 배우자와 환담을 나눴다. 또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국립합창단의 ‘훈민정음’ 공연도 관람했다.
뉴욕=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