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은 내 돈이니까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맞으면 O, 틀리면 X” 선생님이 퀴즈를 내자, 한명을 뺀 모든 아이들이 손으로 X 표시를 했다. 화면에 X 대신 O라는 답변이 뜨자 웅성거렸다. “이모가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한 아이가 묻자 강사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용돈은 자유롭게 쓰지만, 대신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용돈을 막 쓰면 지금은 선생님이나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지만, 나중에 큰돈을 막 쓰면 곤란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용돈은,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쓰는 돈이에요.”
금융감독원은 20일 서울 은평구 한 보육시설·지역아동센터 소속 어린이 26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대면 어린이 금융스쿨 입교식을 열었다. 이날 금융스쿨은 금융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보호시설 아동들을 위해 마련됐다. 오는 11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수입과 지출관리, 저축과 투자 등 강의를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입교식은 수업에 앞서 ‘금융’과 ‘경제’라는 개념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수업 전 떠들썩했던 아이들도 전문 강사가 내는 “금융의 ‘금’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돈을 사용하지 않고 모으는 것은 뭘까요?” 등 퀴즈를 맞히며 순식간에 집중 모드로 들어갔다.
현재 금감원은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해 ‘FSS 어린이 금융스쿨’을 진행중이다. 금융스쿨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히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모집한 3기는 전 기수보다 150명 증원한 350명을 선발했음에도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금감원은 금융스쿨 신청자가 전부 열성 학부모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금융교육을 받을 기회부터 박탈당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금융교육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소득계층별로 금융교육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호시설 아동들이 퇴소할 때 손에 쥐어지는 것은 1500만원(서울시 기준)의 자립지원금”이라며 “부모의 금융 생활을 어깨너머 볼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금융교육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스쿨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금감원은 이번 교육은 밀착형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17차시로 구성된 수업을 대단원으로 묶어 5차시로 구성했고, 어린이들의 흥미를 위해 1교시는 강의 형태로, 2교시는 각 단원과 연관된 보드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매 수업 후 배운점과 느낀점을 작성해 금감원에 보내면, 금감원 직원이 직접 피드백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금융교실 과제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는데, 시설 아동들은 자발적으로 과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아동 보호시설 대상의 찾아가는 어린이 금융스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초등학생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