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이 배출권을 이월할 수 있는 한도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고, 선물시장도 만든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할당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배출권’(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을 할당해 정해진 양만 배출하도록 제한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
그러나 국내 배출권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과잉 할당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9년 12월 t당 4만95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7월 역대 최저 수준인 t당 702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배출권 이월 규제를 완화하고, 거래 참여자를 늘려 시장을 안정화하기로 했다. 우선 배출권이 남은 기업의 이월 물량을 기존 순매도량의 1배에서 3배로 완화한다. 기업은 배출권 정산 기간인 6~8월 남은 배출권을 다음 해로 넘기거나 팔아야 하는데, 배출권이 남는 기업이 많아 이 시기에 시장 가격이 급락하는 문제를 막으려는 조치다.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은 부족한 양보다 더 사더라도 초과량을 전부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업이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을 배출권으로 전환해주는 ‘상쇄배출권’의 전환 기한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정부는 또 기업이 증권사 등을 통해 쉽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위탁거래(중개업)를 도입할 방침이다. 거래 참여 대상은 금융기관·개인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배출권은 현물이라는 단일 상품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증권사의 ETN(상장지수증권)과 자산운용사의 ETF 출시가 허용된다. 2025년에는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 관리를 위한 선물시장도 도입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배출권 수급 상황을 분석해 매년 유상할당 경매물량을 조정하고, 중장기적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도 도입할 계획이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