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해외에 보유한 가상자산 규모가 올해 기준 13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주식을 포함한 내국인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액 전체(약 31조원)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는 세정 당국에 신고된 금액만 집계한 수치인 만큼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은 올해 신고된 해외 금융계좌 총액이 전년(64조원) 대비 191.3% 증가한 1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시행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년 만에 해외금융계좌가 급증한 것은 올해부터 가상자산이 신고대상에 포함된 영향이 컸다. 해외 가상자산 신고액은 130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0.2%를 차지했다. 해외 주식(23조4000억원) 집합투자증권(5조2000억원) 파생상품(2조1000억원) 등 금융상품 투자 총액인 30조7000억원의 4.2배에 달한다.
신고된 해외 가상자산의 92.0%인 120조4000억원은 73개 법인이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 1곳당 평균 1조6493억원어치를 들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한 발행사들이 해외 지갑에 보관하고 있는 거래 유보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개인이 투자한 해외 가상자산은 10조4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해외 주식 투자 규모(5조2000억원)의 배 수준이다. 신고 인원은 1359명으로 1명이 평균 76억5000만원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가상자산 규모가 전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자발적으로 신고한 금액만 집계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세청이 해외에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들을 모두 파악할 수단이 없다. 다만 이 상황은 앞으로 바뀔 예정이다. 전 세계 세정 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가상자산 거래 내역 정보교환 보고 규정(CARF)’이 시행되면 미신고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CARF 시행 후 미신고 혐의자는 철저히 검증해 과태료 부과, 형사처분 및 세금 추징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