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 횡령 사고가 3000억원에 육박한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횡령 사고의 피해 규모(668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역대 최악의 금융권 횡령 사고다. 금융기관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이모(51)씨가 2009년 5월~2022년 7월 298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했다. 이렇게 받은 대출금을 가족이나 지인 등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1023억원을 횡령했다. 또 시행사들이 정상적으로 낸 대출 원리금을 다른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1965억원을 빼돌렸다.
횡령액은 지난달 검찰 발표(1387억원)와는 차이가 크다. 금감원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씨의 ‘횡령 돌려막기’를 확인하면서 횡령액은 크게 늘었다. 이씨는 PF사업장 대출금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PF사업장의 대출금을 횡령해 상환에 활용한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씨는 횡령한 돈을 골드바·상품권 또는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구매, 부동산 매입,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썼다.
이번 횡령 사고로 BNK경남은행뿐 아니라 자회사 관리에 실패한 BNK금융지주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BNK금융지주는 2014년 10월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PF 대출 취급이나 관리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 실행 또는 상환 시 이 내용이 대출자에게 통지되지 않았다.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통제 절차도 없었다.
이씨가 15년간 한 부서에서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자신이 취급한 대출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했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횡령 사실을 지난 4월 초 인지했지만 곧바로 금융당국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댔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7월 말에야 경남은행에 대한 자체 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2215억원)까지 제친 최대 규모 횡령 사고로 기록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로 확인할 것”이라며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