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감독, 엄마도 국대 출신… “만나면 늘 클라이밍 얘기죠”

입력 2023-09-21 04:06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왼쪽)과 서종국 대표팀 감독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 암장에서 홀드를 잡고 있다. 부녀관계인 두 사람은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올댓스포츠 제공

한국 암벽 간판스타 서채현(20·노스페이스·서울시청)은 남다른 집에서 자랐다. 부모가 모두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냈다. 아버지 서종국(50)씨는 공모를 거쳐 국가대표팀 감독에도 뽑혔다. 집에서도 늘 스포츠 얘기로 꽃을 피운다는 부녀는 지도자와 선수로 항저우행 비행기에 나란히 몸을 싣게 됐다.

지난 1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서채현은 “볼더링 훈련에 집중하며 지난 겨울을 보냈다”고 밝혔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3개 세부 종목으로 나뉘는데, 서채현은 이 중 리드와 볼더링 2개 종목의 성적을 종합해 승자를 가리는 컴바인 부문에 출전한다. 어느 한 종목만 잘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0 도쿄 올림픽은 ‘값비싼 수업’이었다. 당시엔 스피드까지 총 3개 종목을 합쳐 순위를 매겼는데 스피드와 볼더링에서 각각 8위, 7위에 그쳤다. 서채현은 “도쿄 전까진 볼더링 개별 종목으로 대회에 출전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후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볼더링에 중요한 근력뿐 아니라 리드에 필요한 지구력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재 몸 상태를 80%라고 평가한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매끄러운 발 사용을 꼽았다. 딛고 오를 홀드가 정해지지 않은 자연 암벽을 어릴 때부터 자주 탄 덕에 익힌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신경 쓰이는 상대로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일본의 신성 모리 아이를 꼽았다. 리드 기량이 워낙 출중하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많을 스무 살이지만 서채현의 머릿속엔 클라이밍뿐이었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해외 암벽을 오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별난 암벽 사랑엔 이유가 있었다. 양친이 맺어진 계기부터 암벽등반이었다.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난 둘은 가정을 이뤘고, 어린 딸을 전국 곳곳의 산으로 데리고 다녔다. 서 감독은 “다른 스포츠도 다양하게 관심이 많다”며 “셋이 만나면 늘 스포츠나 클라이밍 얘기”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도 한때 아이스 클라이밍 국가대표였던 서 감독은 현 대표팀 선수들을 ‘조카 같다’고 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심적으로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다들 경험 많고 뛰어난 선수들”이라며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 문제가 뭔지 잘 안다”고 몸을 낮췄다.

대표팀 감독과 선수라는 부녀 관계는 정작 당사자들에겐 자연스러워 보였다. 서 감독은 “서채현 선수는 8~9살 때부터 제 지도를 받았다”며 “감독 모드일 땐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지도자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자녀의 도전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 그의 목소리에선 즐거움이 묻어났다. 그는 “감독으로서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해줄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라며 “아내가 많이 부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다음 달 3일 스피드 종목을 시작으로 승자를 가린다. 서채현이 출전하는 여자 컴바인은 5~7일 열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