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여성 강도사’ 길 열어… 女사역자도 설교한다

입력 2023-09-21 03:01
오정호 예장합동 총회장이 19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108회 총회에서 총대들에게 여성 강도사 고시 허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예장합동 제공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에서 ‘여성 강도사’가 배출된다.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이 여성 사역자에게도 주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았던 예장합동 총회의 여성사역자 지위가 ‘전도사’에서 ‘강도사’로 한 단계 격상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주요 교단에서는 목회자와 교회 내 성범죄 예방과 대처에 관한 제도 개선책이 마련되는 등 교단 차원에서 윤리적 자정·쇄신 노력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20일 예장합동 총회에 따르면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위원장 김학목 목사)가 청원한 ‘여성에 대한 목사후보생 고시·강도사고시 응시 자격을 허락해 달라’는 안건이 전격 통과됐다. 이에 따라 여성들도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때 목사후보생 고시를 거친 뒤 소속 노회를 둘 수 있게 됐고 졸업 후 강도사 고시를 통해 강도사가 되는 길도 열렸다. 목사고시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다. 현재 예장합동 산하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여성들은 당회장 추천서만 받아 입학해 소속 노회가 없는 상태다. 본적 없이 신학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정호 예장합동 총회장은 전날 108회 총회가 개최 중인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해당 안건 회의에서 “위원회 보고를 박수로 받아 주자”고 요청했고, 총대들은 반대 토론 없이 청원안 모두를 통과시켰다. 총대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이 여성목사 안수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성 사역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이주연 총신여동문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역사적인 날이고 벅차다. 청원안을 허락해 준 총대들은 물론이고 여동문회 임원과 여성사역위원회 위원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강도권 허락을 발판 삼아 목사 안수 허락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단 총회에서는 여성 사역자의 권익향상과 함께 교회 내 성범죄 예방 장치도 마련됐다.

예장합동 총회는 주요 교단 중 처음으로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지침서’를 채택했다. 각종 성 문제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안내서로 성 윤리 교육과 피해 대처, 성 윤리에 대한 성도·목회자의 자세, 대응 방법 등 12개 장으로 구성됐다.

강원도 평창에서 113차 총회를 진행 중인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총회장 이종성 목사)도 목회자 성 윤리 자질 강화 내용을 담은 총회 규약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총회와 산하기관 모든 임직원의 성범죄 이력 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성범죄 이력이 있을 경우 국가 법령에서 정한 취업제한 규정을 따를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전남 신안에서 회무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전상건 목사)도 성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의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교단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피해자 보호와 상담, 교회 공동체 치유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장창일 김아영 유경진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