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 여호수아 가나안 정복전쟁의 주 무대

입력 2023-09-21 03:02
구약 성경 시대의 주 무대였던 텔예리코(텔에스-술탄) 고고학 유적지 모습. 국민일보DB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고대 유적지인 텔예리코(Tel Jericho·아랍어 텔에스-술탄·성경명 여리고)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텔예리코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시 북서쪽에 펼쳐진 유적지로 구약 시대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의 주 무대이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성지순례객이 방문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요르단 계곡에 위치한 이 유산은 선사시대 인간 활동의 퇴적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근에 ‘아인 에스술탄’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타원형 텔 또는 마운드(mound·더미)”라며 “오아시스의 비옥한 토양과 용이한 물의 접근으로 BC 8000~9000년 이곳에 영구 정착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중기 청동기 시대의 흔적은 대규모 가나안 도시 국가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예리코를 포함한 여리고는 ‘달(月)의 성읍’ ‘종려나무의 성읍’ ‘향기의 성(城)’이란 뜻이 있다. 당대 최고(最古) 성읍(민 22:1; 26:3)이었으며 오아시스 도시였다. 지중해 수면보다 250m 낮아 해발 790m에 달하는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은 급한 내리막길이었다. 지형도 험해 강도의 출몰이 잦았다고 한다. 실제로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다”고 전했다.(눅 10:30)

여리고는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전쟁의 첫 대상지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곳을 하나님의 기적적인 도움으로 무너뜨렸다.(수 6:1~25; 히 11:31). 당시 백성들은 치열한 전투 대신 ‘믿음으로 이레 동안 여리고 성을 돌았고 마지막 7일에는 일곱 번을 돌며 나팔을 불고 소리를 질러’ 함락시켰다. 여리고 성이 함락될 때 라합의 가족은 살아남았고 라합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이름을 올린다.(마 1:5)

여리고는 엘리야와 엘리사가 방문한 적이 있으며(왕하 2:4~22) 바벨론의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2세)이 침공했을 때 예루살렘을 탈출한 유다 왕 시드기야가 이곳에서 붙잡혔다.(왕하 25:5; 렘 39:5). 또 바벨론 포로 귀환 때는 이곳 출신자들이 돌아와 성벽을 재건하기도 했다.(스 2:34; 느 3:2)

신약 시대에는 예수께서 시각장애인 바디매오의 눈을 치료해 주셨고(마 20:29~34), 세리장(chief tax collector) 삭개오가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을 때 그를 불러 만나기도 하셨다.(눅 19:1~2) 기독교 전승에는 여리고가 예수께서 40일간 금식한 후 ‘지극히 높은 산’(마 4:8~9, 막 1:13)에서 시험을 받은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