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장벽’ 세우는 EU… 철강 업계 비상

입력 2023-09-21 04:03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스테인리스 냉연 코일 제품. 포스코 제공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탄소 장벽’ 세우기에 나선다. 유럽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고,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철강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기로 생산 비중을 늘리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CBAM의 본격 시행(탄소세 부과)이 약 2.7%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추산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다음 달부터 CBAM을 시행한다. 다만 2025년 12월까지는 ‘전환 기간’이다. 전환 기간에는 EU로 제품을 수출하는 역외국가 기업들이 EU에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t당 10~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6개 업종(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력)에 우선 적용한다. 2026년부터는 EU가 비EU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할 때, 기준치를 초과하는 탄소 함유량에 대해 추가로 가격을 부과·징수한다.

한국 철강 업계에선 우려가 크다. 다른 CBAM 적용 품목보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CBAM 적용 품목의 EU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철강 43억 달러, 알루미늄 5억 달러, 비료 480만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등이다.


철강의 경우 유럽 비중이 높고, 탄소 배출량은 많다.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에서 EU(350만t)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3.5%에 이른다. 동남아시아(510만t)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7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부터 사내 CBAM 대응팀(TF)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고로의 철스크랩(고철) 투입 비율을 15%에서 30%로 확대한다. 철스크랩을 활용하면 환원제인 석탄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250만t급 전기로를 2026년까지 광양제철소에,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 도입할 예정이기도 하다. 전기로 공정은 고로 공정과 달리 석탄이 아닌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쇳물을 만든다. 이어 2050년까지 기존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전기로 공정 비중을 늘린다.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옮겨갈 생각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25년부터 탄소 함유량을 기존 대비 20% 감축한 저탄소 강판을 공급해 CBAM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