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계속할 수 있어 너무 행복… 약체 맞지만, 3년 내 우승 목표”

입력 2023-09-21 04:02
이기완(왼쪽)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단장이 20일 경기도 고양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힘들었어요. 내가 농구 흥행에 1%라도 도움이 된다고 자부했는데 그걸 못 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

한국 농구 대표 명장 김승기 감독의 얼굴에 복합적인 감정이 스쳤다. 코트 위에서처럼 양복을 빼 입은 그는 말끝마다 ‘재밌는 농구’를 강조했다. 성원에 보답할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20일 경기도 고양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창단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오늘 창단식은 제 인생에 있어 특별한 사건”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새 시즌엔) 팬들이 더 감동을 받고 우리도 더 행복하면 좋겠다”고 이어갔다.

김 감독과 선수단의 2022-2023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전력 열세를 뒤집고 돌풍을 일으켰지만 재정 문제로 내내 시달렸다. 시즌을 마친 뒤엔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으나 막판 대명소노그룹 품에 안겼다.

이날 창단식으로 새 출발은 공식화됐다. 프로농구연맹(KBL)과 고양시 관계자 등 20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대포를 형상화한 구단 엠블럼과 흰색 하늘색 유니폼이 베일을 벗었다.

각오를 밝히고자 무대에 오른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리그 대표 슈터 전성현은 “‘하늘의 사수들’이란 팀명이 저와 찰떡궁합”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팀의 기둥으로 발돋움한 신흥 에이스 이정현도 김 감독을 들쳐업고 기쁨을 드러냈다.

극적인 창단 스토리와 별개로 올 시즌 소노의 전망이 밝다고 보긴 어렵다. 주축 디드릭 로슨의 원주 DB 이적은 김 감독 본인도 인정한 ‘아픈 구석’이었다. 야심차게 새로 계약한 앤서니 베넷은 전지훈련 단계에서 팀을 떠났다. 21일 진행될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8순위를 받아 들었다. 즉시전력감 보강은 어렵다.

다만 반전의 여지는 있다. 지난 시즌이 그 증거다. 전성현은 완성형 선수가 됐고 이정현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과 근성을 키웠다. 이젠 2022 드래프트 1라운더 조재우를 조련하는 데 한창이다. 김 감독은 “(소노가) 약체는 맞다. 당장의 성적을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3년 안에 우승하는 걸 목표로 선수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