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기독인들 ‘지하 교회’서 나와 무슬림 이웃 섬겨

입력 2023-09-21 03:04
모로코 여성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알하우즈주에서 지진 피해자를 애도하면서 울고 있다. AP뉴시스

모로코 기독교인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지역주민을 조용히 섬기고 있다. 이들은 정부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종교인으로 살았지만 어려울 때 지하 교회에서 나와 무슬림 이웃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모로코 현지 기독교인과 국제 기독교 단체가 정부나 다른 단체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까지 찾아가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명 관광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560㎞ 떨어진 ‘탕헤르노던교회’ 성도이자 기독교교회연합 대표인 유세프 아흐메드는 최근 기독교교회연합 회원 36명 중 일부와 함께 평소보다 긴 가정예배를 드린 뒤 아틀라스산맥의 외딴 마을로 향했다. 진흙 벽돌집이 많이 파괴됐다는 소식에 일손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봉사단은 마을에 접근할 수 없어 마라케시의 제마 엘프나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가는 길에 만난 모로코인과 관광객에게 물과 담요를 나눴다.

아흐메드는 C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것만을 전했다”며 “지금은 영향이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복음의) 씨앗을 심고 있다”고 했다. 65개 가정교회로 구성된 모로코기독교연합회도 구호 활동에 손을 보탰다.

현지 소방관이 지난 17일 희생자를 수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모로코의 현지 기독교인은 2만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80%가 베르베르족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정부는 이슬람교와 유대교만을 공식 종교로 인정한다. 기독교단체 오픈도어즈는 올해 초 모로코를 기독교인이 되기 가장 어려운 국가 29위로 꼽은 바 있다.

남부 도시인 아가디르에서는 150명의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지역 기독교 단체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음식과 의류, 의약품을 나누고 시립 병원을 방문해 부상자를 위로했다. 이 단체의 라시드 이무난 대표는 “우리는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영적인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틴아메리카 기독교단체인 PMI(People in Mission International)는 이재민 지원 기금 모금을 시작함과 동시에 비상 물품을 나눌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최근 현지에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PMI 현장 직원은 “우리는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그분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지난 8일 서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현재까지 3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50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번 지진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1969년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