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진돗개 복원한 ‘애견가’ 이건희… 안내견 사업 30년 이어져

입력 2023-09-21 04:04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해 준 ‘삼성 안내견사업’ 30주년을 맞아 고(故) 이건희(사진)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에 자택에서 개 200마리를 키웠던 자타 공인 애견가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의 첫 애견 사업은 ‘진돗개 순종 보존’이었다. 그는 1960년대 말 전남 진도를 찾아 멸종 위기에 놓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고, 10여년 노력 끝에 진돗개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다. 순종률을 80%까지 끌어올리며 세계화에도 힘썼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고 술회했다.

이 선대회장의 진돗개 사랑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계기였다. 당시 국제사회에 한국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자,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견학 등의 일정을 짰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에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