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허덕여온 광주·전남 지역 산부인과 병·의원이 줄지어 폐업하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가장 큰 북구 운암동 문화여성병원이 경영난으로 이달 말 폐업하기로 했다.
지상 8층 규모의 병원은 최근 문화여성병원장 일동 명의로 ‘지속적인 분만 감소로 9월 30일 폐업 예정입니다’는 글을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 2006년 개원 이후 전문의 8~9명 등 특화된 의료진을 구성해 여성전문병원 역할을 해온 이곳은 그동안 산전 관리·부인과·복강경 클리닉과 함께 산후조리원, 소아청소년과, 문화센터를 골고루 운영해왔다.
하지만 분만 건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데다 산부인과 특성상 24시간 전문의 등이 3교대 근무를 하는 데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더 견딜 수 없어 고심 끝에 문을 닫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조한 출산율뿐 아니라 낮은 진료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진료업무로 전문의들이 다른 진료과목으로 일명 ‘갈아타기’를 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의료계의 산부인과 기피는 전남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체 산부인과 병·의원 가운데 5곳이 올해 들어 자금난 등으로 잇따라 폐업했다. 이에 따라 전남 도내 22개 지자체 가운데 산부인과 병·의원이 아예 1곳도 없는 지자체가 담양 곡성 영암 신안 등 4곳에 달한다.
현재 분만시설을 갖춘 지역 산부인과 병원은 광주 10곳, 전남 54곳에 불과하다. 143만명의 인구가 상주 중인 광주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1곳도 되지 않는 셈이다. 전남지역 상당수 지자체의 임신부들은 가까운 다른 지자체 산부인과까지 ‘원정 검진’과 ‘원정 출산’을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