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참여 경력이 있는 교사 다수가 사교육 업체와 유착돼 있다는 입시업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수능 카르텔’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일단 ‘감금 출제’가 이뤄지는 수능 문항이 사교육 업체로 직접 유출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 업체들이 출제진에 이름을 올릴 만한 교사들을 평소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유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교육 업체와 유착된 교사들을 향후 수능 출제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판매하고,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출제 및 검토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 현직 고교 교사는 24명이다. 현직 교사에게 문항을 구입한 쪽은 ‘1타 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강사,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대형 입시업체도 포함됐다.
사교육 업체와 강사들은 평소 인맥과 학맥 등을 총동원해 수능 출제 경력 교사를 포섭한 것으로 교육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주로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출신으로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학연 등을 바탕으로 물색했다.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교사에게 접근한 뒤 또 다른 수능 출제 경험 교사를 소개받는 경우도 있었다.
통상 수능 출제위원이 되려면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모의평가와 수능을 출제할 때는 일정 기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합숙에 들어간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를 토대로 은밀하게 출제 경력자들을 파악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들 교사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등의 문항을 구입하면서 많게는 5억원 가까운 고액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정도 고액을 수수한 데는 당연히 수능 출제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출제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제가 실제 수능에 출제된 문항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나면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하반기 중으로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교육 업체와 문제 장사를 한 사실을 교사 본인이 숨긴다면 이를 밝히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능 같은 일제고사 방식의 고부담 시험 체제에선 이런 행태를 완전히 근절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 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사실도 확인됐다. 병무청은 이 업체에서 애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배정된 요원이 국어영역 모의고사 지문 작성 등을 한 것을 확인했다. 배철훈 병무청 산업지원과장은 “문제가 된 업체는 정보처리·교육·정보서비스 업종에 등록된 업체”라며 “유사한 업체는 전수조사했는데 문제 된 업체는 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업체는 고발했으며,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병역특례업체) 선정이 취소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