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눈 검찰의 보복 수사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는 야당 측 주장에 “정치는 타협의 미학인데 지금 같은 상황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묻는 말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당면 과제로 ‘재판 지연’ 문제를 꼽으며 “지연 문제는 신화 속 괴물 히드라와 같아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 개인(이 대표)에 대해 1년6개월 동안 수없이 다른 내용으로 수사하고, 360회가량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묻자 “법원이 나름대로 검찰 수사권에 상당한 통제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과잉 수사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같은 당 김승남 의원이 ‘정치보복 수사가 아니냐’고 묻자 “지금 같은 상황은 안타깝다”면서도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와 윤 대통령의 친분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야당 측은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김승남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도 (후보자에게) 수사 자문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혜숙 의원도 “일각에서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대법원장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얼굴 몇 번 본 게 친구냐. 그럴 것 같으면 대통령도 제 친구니까, 바이든(미국 대통령)도 제 친구”라며 “그런 억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재산 관련 각종 의혹을 파고들었다. 서동용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녀가 소득이 있는데 후보자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명백한 건강보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자, 서 의원은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이렇게 자주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국무위원 재산신고 누락이 굉장히 많았다”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남 영광군 상속재산을 17년간 신고하지 않았고,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충북 영동 임야를 8년간 누락했다”고 받아쳤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처가댁이 돈 많은 게 무슨 죄인가? 제가 보니까 돈도 없던데”라고 엄호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재판부 재직 당시 감형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2020년 12세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형으로 올린 사건도 여러 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자 측은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감금 후 강간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한 사례를 공개했었다.
이 후보자는 양형 논란과 관련해 “항소심의 기본 기능은 1심의 양형 편차를 줄이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정의에 합당한 해결을 위해 재판부가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