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일몰 한 달 남았는데… 국회는 ‘法맥경화’

입력 2023-09-20 04:03
국회 본관 의안과 복도에 많은 서류들이 쌓여 있다. 국민일보DB

국회에서 금융정책 입법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놓여 있다. 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까지 주요 금융정책 추진에 필요한 입법 논의가 여야의 정쟁에 지연되고 있다.

19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관 법률안을 심사하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지난 7월 4일 이후 2개월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당시 민주화유공자예우법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하고, 여당이 반발하면서 금융 관련 입법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소위원회가 언제 다시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몰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촉법 시한 연장이다. 대출상환 유예 종료와 금리·물가 상승 등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까지 중단되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개인 채무자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 완화를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 논의도 시급한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 취약 대출자들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채무조정, 연체이자 부과, 추심 등 연체 이후의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안정계정 설치가 핵심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발이 묶여 있다. 금융안정계정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예금보험공사가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토큰증권(STO) 사업의 제도적 기반이 되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청구를 종이 서류 대신 전산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논의했지만 일부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법안은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2009년부터 발의됐으나 의료업계 등의 반발로 14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