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수출 막으려 한 美경쟁사에 ‘승소’

입력 2023-09-20 04:03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현판이 2017년 3월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크랜베리 본사 입구에 설치돼 있다. AP뉴시스

미국 법원이 자국 원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원전 수출 제한 소송을 각하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한수원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에 미국 정부 수출 통제 대상인 자사 기술이 활용됐다고 주장하며 제기됐다. APR1400 수출은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 허가·신고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미국 연방 규정 10장 810절에 위배되니 이를 제한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웨스팅하우스가 근거로 삼은 규정이 담긴 원자력에너지법은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돼 있다. 사기업인 웨스팅하우스는 이 법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수원이 대응 논리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소송 각하로 한수원이 추진 중인 원전 수출 사업은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소송에 정면 대응을 지시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의 ‘뚝심’이 불러 온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이임식을 가진 이 장관은 이임사에서 “(소송 각하라는) 이임 선물을 받았다”며 “폴란드·체코 수출 전선에 상당한 우위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우려는 남은 상태다. 소송이 각하되면서 핵심 쟁점인 웨스팅하우스 기술, 즉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는 아예 심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항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