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쇠락하는 대구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되살릴까

입력 2023-09-20 18:13 수정 2023-09-20 21:31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4월 대구 동성로를 방문해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걸린 상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는 내년까지 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해 글로벌 쇼핑관광지를 만들 계획이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대표 상권이던 동성로의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공실률 증가, 주요 시설의 잇따른 폐쇄, 유동인구 감소 등 모든 지표가 쇠퇴를 가리킨다. 이에 대구의 심장 동성로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00년 상권 동성로 ‘시들’

동성로는 대구읍성 동쪽 성곽이 철거되면서 생긴 거리라는 뜻이다. 과거 기록에는 1914년 동성정으로 불리다 1946년에 동성로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나온다. 명칭이나 상권 자체로는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관광·쇼핑·음식·놀이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대구 대표 상권으로 자리잡았고 40여년 이상 명성을 이어갔다.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거리였다. 대형 백화점은 물론 극장, 다양한 소매점 등이 밀집해 젊은이들이 동성로에 모이는 것이 당연했다.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니 패션과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구 곳곳에 크고 작은 상권들이 형성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온라인쇼핑 발달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쳤다. 2019년 롯데영플라자 대구점이 폐점했고, 2020년 동아백화점 본점도 문을 닫았다. 대구백화점 본점도 2021년 영업을 종료하면서 동성로를 대표하던 대형 쇼핑시설이 줄줄이 사라지는 등 침체는 가속화됐다.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했고 상업·판매시설을 중심으로 공실도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성로 중심부 일대는 올해 1분기 공실률이 중대형 상가 19.5%, 소규모 상가 14.2%, 집합상가 11.1%로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 지상과제 동성로 부활

동성로는 지역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바로미터였다. 북적이는 동성로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 이에 지역에서 동성로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고, 사고, 먹는 것이 동성로에서 다 이뤄질 수 있는 상권을 다시 만들기 위해 임대료 인하를 통한 다양한 가게 유입 유도, 다양성 확보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오사카 대표 번화가인 도톤보리 입구 광고판(글리코상) 같은 킬러 콘텐츠도 필요하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종합적인 계획을 위한 민·관 협력 필요성도 높아졌다.

시와 중구도 이런 기류에 공감하고 있다. 시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프로젝트를 이끌 민관협의회도 출범시켰다. 민간협의회에는 공무원, 상인회, 유관단체, 전문가 등 40여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과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시와 중구는 내년까지 4성로(동·서·남·북성로) 일대(1.16㎢) 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해 글로벌 쇼핑관광지를 만들 계획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버스킹 성지를 만들고 옛 중앙파출소 건물을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야시골목, 로데오거리 등 주요 거리마다 특색 있는 포토존 등도 설치할 예정이다.

공실을 활용한 대구·경북권 대학 도심 캠퍼스 조성, 상권 활성화 사업 추진, 유럽풍 노천카페 거리 조성,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 해제, 도심공원 리모델링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영업이 종료된 대구백화점 본점 매각 등 처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추진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평가회도 실시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20일 “동성로 르네상스 추진 과정에서 동성로 상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협의회에서 도출된 의견들을 반영해 동성로를 서울 홍대거리, 싱가포르 클락키와 같이 젊은이의 성지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오랜 기간 대구 상징하던 동성로 활성화 시급 과제”

“동성로는 단순히 시내 상권이 아니라 대구 그 자체입니다.”


류규하(사진) 대구 중구청장은 20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동성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동성로는 대구의 중심지로서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패션과 문화를 선도해 도심상권의 역할을 수행해왔을 뿐만 아니라 대구하면 동성로를 떠올릴 정도로 상징적인 장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구는 동성로를 관할하는 기초단체다. 그는 현재 동성로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류 구청장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각 거점마다 동네 상권이 활성화됐고 코로나19 유행과 온라인시장 성장 등으로 동성로 유동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며 “공실률 증가 등 동성로가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동성로 살리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류 구청장은 관광특구에 재도전한다. 관광특구는 기초단체가 신청하면 광역단체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지정한다. 중구는 2021년 동성로 일대를 대상으로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수 기준요건(최근 1년 방문 외국인 10만명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정에 실패했다.

그는 “대구시에서 추진하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이 포함돼 있다”며 “올해 동성로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류 구청장은 동성로 상인들의 변화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그는 “상인회도 상권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민·관이 협력해 다시 동성로 상권이 도약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바꿔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