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 파산 신청 역대 최대치… 코로나19 때보다 심각

입력 2023-09-20 04:04 수정 2023-09-20 04:04
게티이미지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발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재기를 하려는 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724건이다. 전년 동기(452건) 대비 60.2%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때인 2020년 상반기(522건)보다도 200건 이상 많았다.


하반기 들어서도 고금리·고환율에 내수마저 주춤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기준 0.51%로 전년 동월 대비 0.22% 포인트 증가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도산 위험에 직면한 중소기업은 증가 추세”라며 “채무유예 등 금융 조치가 만료될 경우 기업 도산은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현재 구조조정 제도는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와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아웃 제도’밖에 없다.

여기에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일몰 연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법은 다음 달 15일 일몰될 예정인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일몰 연장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윤정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워크아웃 제도 일몰을 연장하고 그 이후 다양한 구조조정 제도 개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생과 워크아웃 외에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학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안정위원회(FSB)·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절차를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11일 중기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연 ‘중소기업 구조개선 촉진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현행 워크아웃 제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기동 유넷시스템 대표는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채권기관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다”며 “국내에는 중소기업에 맞는 구조조정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와 비슷한 제3의 기관이 주도하는 사적 구조조정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는 공공기관으로서 전문가 조언, 재생계획 수립, 이행상황 모니터링 등을 통해 재기 의지를 보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에도 사적 구조조정 제도의 장점에 공정성과 중립성까지 더할 수 있는 ‘제3자 기관형 중소기업 맞춤형 절차’를 도입해 기업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구조 개선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멀티도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