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 떠난 교회는 묘지… 꿈·사명·영적 성장 이루는 장 돼야”

입력 2023-09-21 03:05 수정 2023-09-22 17:36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레인즈파크에 있는 런던순복음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대담을 갖고 “진정한 성령충만은 내 삶이 예수의 삶이 되는것”이라며 “작은 예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세계 최대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이지만 실제 곁에서 보면 그만큼 소탈하고 겸손한 사람이 없다. 새벽 2~3시면 일어나 말씀 묵상과 기도를 하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하는 바쁜 중에도 2주에 한 번씩은 서점을 찾아 수십 권의 책을 사서 읽는다. 여름 휴가도 2~3일 교회 선교센터에 나와 책 읽는 게 전부다. 코로나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어 유럽에서 영적 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이영훈(69)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레인즈파크의 런던순복음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유럽 성령운동의 새 지평을 열어주소서’란 주제로 지난 12~14일 런던 가을성회를 이끌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도 맡은 이 목사는 “성령이 떠나면 교회는 영적 묘지가 된다”며 “진정한 성령충만은 예수님 충만이다. 나는 죽고 예수님만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흘간의 런던성회와 성령부흥 세미나를 이끄셨다. 이번 성회를 통해 탈기독교 바람이 거센 유럽에서 부흥의 불길이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

“진정한 성령운동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예수님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령운동은 말씀운동이고 말씀운동은 곧 예수운동이다. 예수의 모습이 나타나는 게 성령운동인데 지금까지 너무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것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유럽의 많은 교회가 박물관이나 술집으로 변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성령의 역사가 떠난 후 인간의 이성으로 신앙을 유지하려 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공황이 생겼다. 결국 부흥하는 교회의 공동화, 박물관화를 만드는 계기를 가져왔다. 기독교 신앙은 성령의 역사인데 성령의 역사가 사라지고 나면 교회는 영적 공동묘지가 되고 만다. 런던성회가 전환점이 돼서 침체했던 교회들에 다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고 젊은이들이 성령의 역사를 통해 꿈과 비전을 갖고 유럽을 복음화하는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런던성회는 조용기 목사님 2주기 추모를 겸해 열렸다. ‘희망의 신학’을 펼쳤던 조 목사님과 ‘절대 긍정 절대 감사’라는 이 목사님의 모토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어떤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조용기 목사님이 교회를 개척할 당시는 6·25전쟁 여파로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도 조 목사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신학을 바탕으로, 예수님을 믿으면 영혼이 잘 됨 같이 범사가 잘 되며 강건하게 된다는 전인 구원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선포했다. 또한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를 외치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창조적인 생각과 말을 강조하셨다. 제가 목회 철학으로 삼은 ‘절대 긍정, 절대 감사’도 조 목사님의 희망의 신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해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했다. 하나님은 지금도 믿음의 사람들을 찾고 계신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하나님이 함께해주시므로 고난 중에도 모든 것이 합력해 선으로 이뤄진다.”

이 목사와 이명희(오른쪽) 국민일보 종교국장 대담 모습.

-한교총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성령 안에서 교회가 하나 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앞으로 통합될 기관의 명칭은 ‘한기총’으로 정하고, 정관은 한교총 정관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통합 의지가 확고한 만큼 하나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던 한국교회가 하나 돼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 분열된 정치와 사회 가운데 교회가 앞장서 서로 화합하며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달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마지막에 한국교회들의 헌신과 봉사가 빛을 발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초한 나눔과 섬김은 기독교의 근본정신이다. 한교총 소속 모든 교단에 연락해 협조를 요청했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영산수련원을 소유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당초 예정된 전국 초교파 여성금식 기도대성회 장소를 변경해 2160명이라는 가장 많은 인원에게 숙식과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국교회가 한마음이 돼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최근 일들은 희망이 되는 교회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교회가 희망을 회복해야 하는 성경적, 신학적 이유는 무엇인가.

“죄와 절망 가운데 사는 인류에게 예수님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예수님의 몸 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회복하고 세상 가운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 절대절망의 현실 속에서 절대희망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한다. 누구든지 예수를 믿기만 하면 죄와 절망과 죽음에서 벗어나 주님의 은혜 가운데 생명의 길, 희망의 길, 축복의 길로 가게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곧 세상의 소금과 빛이 돼야 하는 교회의 역할이다.”

-최근 흉악한 범죄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교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 파고든 정신적, 사회적 질병을 치유해야 할 사명도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신적 공황의 결과로 다가온 것이 마약의 범람이고 흉악 범죄의 확산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절대희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 죄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죄로 인해 부패하고 변질된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춰야 할 사명이 있다.”

-다음 달 5일 국민미션포럼 주제도 ‘희망터치 : 챗GPT와 다음세대’이다. 설교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계획인가.

“다음세대는 사고의 유연성, 첨단 기술의 습득,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에 있어 기성세대를 앞서고 있다. 특히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기술 발전은 기성세대와 다음세대의 차이를 더 벌려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과 전통을 어떻게 다음세대에 전수할 것인지 세계 교회가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이 문제의 해답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체험적 신앙에서 찾을 수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서서 기도에 힘씀으로 성령충만을 체험했고,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고 교제할 때 교회가 큰 부흥을 이뤘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할지라도 하나님과의 만남과 성도의 교제를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다음세대가 성령충만을 체험할 수 있는 장, 서로의 꿈과 사명을 나눌 수 있는 장,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장을 기성세대와 교회가 적극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권면하려 한다.”

-미국 UCLA의 린 화이트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오늘의 생태 위기에는 창조 명령(땅을 정복하라)을 오용한 측면이 있고 그런 점에서 교회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

“기후 문제는 지금 지구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기후 위기의 원인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지구 생태계를 잘 관리하고 다스려야 할 인간이 생태계 환경을 파괴한 데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 환경을 회복시키는 것은 한국교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한교총은 지난 5월 한국교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나부터 실천’ 사업을 전개했다. 이러한 활동이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동성혼 합법화 3법을 막기 위해 목사님을 비롯한 주요 교회 목회자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도 나섰다. 그러나 결국 동성혼의 둑이 터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동성애와 동성혼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엄연히 벗어나는 일이다. 5000년 한국 전통문화와 정면 대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36조 1항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존 사회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다. 또한 저출산 사회를 가속하는 일이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 요구에 대한 반대 운동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나 동성혼에 빠진 사람들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을 차별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그들이 동성애와 동성혼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계신다. 혼탁한 시대에 주요 일간지들이 이단 광고와 홍보기사를 써주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5년 전 한세대 병원 설립 대신 국민일보를 세웠다고 들었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를 이단 세력으로부터 지키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창간됐다. 당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일간지 창간을 한 교회가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조용기 목사님의 믿음과 결단,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국민일보는 창간호부터 사회에 소금과 빛이 되겠다는 숭고한 목적을 추구해왔다. 지금은 이단이 버젓이 활동하고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혼탁한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일보는 첫 마음을 기억하고 설립 이념대로 ‘사랑’이 넘치는 사회, ‘진실’이 승리하는 사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런던=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