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신시장’으로 주목받는 조각투자 서비스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부터 서비스 활성화를 예상했지만, 연내 출시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조각투자 사업자도 시장에 처음 나오는 상품 준비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던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일정을 연기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금융감독원과의 협의 과정에서 추가 검토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열매컴퍼니는 보완을 거쳐 추석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한우 미술품 등 5개 조각투자 서비스(뱅카우·테사·소투·아트투게더·아트앤가이드)가 ‘증권성’을 띤다고 보고 지난 7월 이들의 사업 재편을 승인했다. 투자자가 자산을 공동 구매한 뒤 업체가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투자계약’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투자 상품을 발행하기 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투자계약증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호 조각투자 상품’을 노렸던 투게더아트는 금융감독원에 냈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20일 만에 자진 철회했다. 다른 업체들도 다음 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8~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받은 뒤 이달 말 조각투자 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던 금감원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금감원은 조각투자가 새로운 형태의 투자계약증권인 만큼 꼼꼼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증권신고서 양식 제출에 필요한 요건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전 협의 등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특히 금감원은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실물자산 가격 산정의 객관성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을 발행할 때는 기업 실적 등 객관적인 기준과 산식에 따라 공모가격을 정하지만 미술품 등은 각사가 어느 정도 자의적으로 자산가격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가격 산정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도 불가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타당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각투자 서비스가 ‘첫발’을 뗀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조각투자 시장 지평을 넓힐 것으로 평가받는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언제 완료될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STO 제도 도입을 담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 시가총액은 2024년 34조원, 2025년 119조원, 2030년 367조원으로 전망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