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미술가란 무엇인가… 통념에 묻다

입력 2023-09-19 18:51 수정 2023-09-19 22:00
국민일보·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 장애예술 국제 심포지엄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이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심포지엄 3부 세션은 ‘진화하는 예술 공동체’를 소주제로 ‘우리들의 눈’을 이끄는 한국의 엄정순 대표와 영국의 프로젝트아트웍스를 대표해 아트 디렉터 케이트 아담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팀 코리건이 연사로 나선다. 사진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예술상을 받은 엄정순 대표의 ‘코 없는 코끼리’ 설치 작품(왼쪽)과 지난해 카셀 도쿠멘타에 초대 받은 프로젝트아트웍스의 작품. 국민일보DB, 프로젝트아트웍스 제공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국민일보·국립중앙박물관 공동 주최 장애예술 국제심포지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의 3부는 ‘진화하는 예술 공동체’를 소주제로 한국과 영국의 사례 발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을 받은 미술가이자 시각장애 예술공동체 ‘우리들의 눈’을 운영하는 엄정순씨가, 영국에서는 2021년 터너상 후보에 오른 신경다양성 예술공동체 프로젝트아트웍스가 주제 발표를 합니다.

엄정순 우리들의 눈 대표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포용적 예술을 실천해온 자신의 작가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할 엄 대표는 20일 박서보예술상이라는 큰 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질문이 갖는 힘’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대 서양화과를 나와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그는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각만이 볼 수 있는 감각인가. 그는 맹학교 학생들을 만나 미술수업을 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갔습니다. 1997년에는 대학교수 자리를 던지고 ‘우리들의 눈’을 설립했습니다. 시각 장애학생들과 코끼리를 만나고, 만지고, 그리는 작업은 엄정순을 대표하는 작업입니다. 그 결과물들이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나왔습니다.

엄 대표는 자신의 작업이 미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미술에서 미술가의 역할이란 그림을 그리고 오브제를 만드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객에게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일도 미술가의 작업 영역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영국 프로젝트아트웍스는 대규모 전시를 앞두고 있어 직접 방한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줌으로만 만납니다. 프로젝트아트웍스도 ‘우리들의 눈’과 마찬가지로 1997년에 출범합니다. 영국 동부 해안 도시 헤이스팅스에 창립된 신경다양성작가 공동체인데, 신경다양성은 이들이 자폐 등 발달장애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신경다양성 증상을 가진 아들을 둔 미술가인 케이트 아담스가 동료 예술가 조나단 콜과 함께 세운 단체입니다. 신경다양성 작가들과 그들의 가족, 미술가, 간병인 등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예술과 돌봄을 융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예술공동체라고 할까요.

프로젝트아트웍스는 이처럼 간병인까지 참여한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통해 사회, 예술, 문화 발전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독일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제전인 카셀 도쿠멘타에도 초청받았습니다. ‘카셀 도쿠멘타 15’ 측은 신경다양성 작가들이 그린 그림과 드로잉을 전시한 것은 물론 헤이스팅스의 작업실 환경 자체를 전시하면서 예술과 돌봄을 결합시킨 새로운 예술적 지형을 구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색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창립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케이트 아담스와 영화제작자 출신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팀 코리건이 연사로 나서 ‘권리와 재현’이라는 제목으로 스튜디오 창립에서부터 2021년 터너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이 단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영국의 프로젝트아트웍스와 엄 대표 모두 미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둘을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