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게임위, 게이머들 불만만 키웠다

입력 2023-09-20 04:02
게임물관리위원회 박한흠(왼쪽 3번째) 경영본부장 등이 지난 16일 이용자 소통간담회에서 질의를 받고 있다.

비위와 부실 행정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대적인 개혁 약속을 했음에도 게임 이용자들의 원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해 대대적 조직 개편, 소통 간담회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다소 엉성한 결과물, 엉터리 행정 등으로 여전히 빈축을 사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위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위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을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에서 진행한 게임위 제3차 이용자소통간담회는 게이머들의 누적된 불만만 재차 확인한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한흠 경영본부장, 오준택 등급서비스팀장, 김범수 온라인 대응팀장, 한효민 민원교육센터장, 천명재 자체등급지원팀장이 배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게이머들이 지속해서 게임위에 불만을 제기한 건 명확하지 않은 등급 분류 기준, 부적절한 민원 응대 태도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즐겨 하는 게임에는 과도한 행정 제재를 내리면서 슬롯을 돌리는 행위가 직접적으로 들어간 게임은 버젓이 등급 분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본부장은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게임 방식으로 논란을 빚었던 아케이드 게임 ‘바다신2’의 등급 분류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게임물을 이용해 별도의 사행성 행위를 한다면 이는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절한 민원 응대에 대해서 한 센터장은 “변명하고 싶지 않다. 작년부터 게임위가 많이 부족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게이머들은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간담회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게임위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한 센터장은 “위원장이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제한돼 있다”며 “이용자 소통 간담회에서는 보직자, 실무자들이 필요한 답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게임 이용자는 “작년 불공정 심의 사태 이후 1년간 게임위는 우리가 제기해온 문제를 단 하나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게임위는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게이머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게임위가 용역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은 국민감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게임위 측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해 내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지만 이용자들은 수년간 제기해온 민원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등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간담회, 국민신문고 등과 같은 소통 창구를 개설했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 이용자들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임위는 내년 3월부터 게임사들의 아이템 확률 정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아직 업무 시행까지 수개월 남았지만 벌써부터 현저히 적은 모니터링 요원 수와 조직의 비전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위 내에 사실상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게임사·이용자·기관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패널을 만들어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모두 확보할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